삼성전자가 미국에서 122년 만에 열린 디자인 특허 관련 연방대법원 상고심(3심)에서 애플에 승리했다. “스마트폰은 카펫이나 스푼과 달리 디자인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을 연방대법원이 받아들인 결과다. 이번 판결에 따라 삼성전자는 애플에 지급할 배상액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6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애플 간 디자인 특허 배상금 규모의 적정성과 관련한 상고심 판결에서 대법관 8명 전원일치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상고심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 3건을 침해해 부과받은 배상금 3억9900만달러(약 4660억원)가 타당한지를 가리는 판결이었다.

삼성전자는 1심과 2심에서 애플 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아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배상금 규모에는 문제가 있다며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배상금 3억9900만달러는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스마트폰 갤럭시S(2010년 출시) 판매로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이익금 전체 규모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특허법 289조를 스마트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상고 신청서에도 “스푼이나 카펫의 디자인 특허는 핵심적일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디자인과 관계없는 수많은 기능이 있다. 스마트폰에는 인터넷 브라우저, 디지털카메라, 비디오레코더, 내비게이션, 뮤직플레이어, 게임기 등이 담겨 있다”고 썼다.

스푼이나 카펫 시대의 특허법을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에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연방대법원이 디자인 특허 관련 판결을 한 것은 스푼 손잡이(1871년), 안장(1893년), 카펫(1894년) 등과 관련한 소송뿐이다. 1900년 이후엔 단 한 차례도 디자인 관련 상고심을 열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2심 재판부는 다시 제조물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석할지 등을 쟁점으로 다투게 된다. 특허 침해가 부품 등으로 한정되면 삼성전자의 배상액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디자인 외에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특허 싸움도 벌이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항소법원 전원합의체 재심리에선 2심 판결을 뒤집고 재판부가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삼성은 애플에 1억1960만달러(약 1400억원)를 배상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연방대법원 상고를 검토 중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