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파견근로 규제를 완화하려 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하면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제조업에까지 파견을 허용한 일본에서 정규직 일자리가 파견으로 대체되지 않았다는 실증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7일 연 ‘일본 파견근로제도 변천과 시사점’ 세미나에서 다카야스 유이치 일본 다이토분카대 사회경제학부 교수는 “파견 규제 완화 이후에도 정규직 근로자는 계속 늘었고 비정규직에서 파견이 차지하는 비중도 큰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 파견규제 완화 이후에도 정규직 근로자 계속 늘었다"
일본은 1999년 파견법 개정을 통해 파견 규제를 정해진 업종만 가능한 ‘포지티브’ 방식에서 특정 업종만 빼고 전면 가능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했다. 2004년에는 파견근로 제한 업종이었던 제조업까지 허용 범위를 확대했다. 2015년에는 연장을 금지하던 파견 허용기간(3년)의 반복 연장도 허용했다.

다카야스 교수는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36.3% 늘었는데 그중 파견근로자 증가분은 5.7%에 불과했고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 근로자가 훨씬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파견근로자 가운데 제조업 비중은 22%로 제조업 파견 허용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파견을 억제하면 정규직 고용 기회가 늘어나기보다 오히려 실업을 유발하거나 파트타임과 아르바이트 등 더 낮은 근로조건의 일자리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에선 제조업 기업들이 파견 대신 사내 하도급을 활용하고 있는데, 파견과 사내 하도급의 구분이 모호해 ‘불법 파견’ 논란이 자주 빚어진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과 같이 제조업의 파견을 허용하고 파견법에 근거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카야스 교수는 또 “일본에서 파견은 다양한 근로 형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파견근로를 선택하는 비중도 높다”고 말했다. 2013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파견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파견근무를 선택한 이유로 ‘좋아하는 근무지, 근무 기간,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33.6%였다. 또 26.3%는 ‘하고 싶은 업무를 선택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