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이 7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김석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 차문중 삼성경제연구소 대표(부사장),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연합뉴스
삼성그룹 사장단이 7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김석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 차문중 삼성경제연구소 대표(부사장),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연합뉴스
삼성그룹에 대대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구태를 다 버리고 정경유착이 있었으면 다 끊겠다. 좋은 의견을 많이 들었고 돌아가서 곰곰이 다시 한 번 새겨 변화가 있도록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대대적 변화를 예고해서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60년 가까이 유지해온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까지 약속했다.

(1) 미래전략실 해체

[기업인 청문회 이후] 변화의 폭풍 몰아치는 삼성그룹…미래전략실 해체, 내년 3월께 유력
미래전략실은 1959년 설립 이후 삼성 경영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비서실이든 구조조정본부든 미래전략실이든 ‘실(室)’은 그룹 내 최고 권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방식은 기능을 축소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조직에 이관하는 게 유력하다. 즉 인사팀이라면 삼성전자 내부에 인사1팀, 인사2팀을 두고 인사1팀은 관계사 인사, 2팀은 전자 내부 인사를 담당하는 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렇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SDI, 삼성전기, 제일기획 등 많은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어 법적으로도 가능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이 회사가 삼성물산과 합병해 삼성 지주회사가 만들어지면 이런 기능을 다시 흡수할 수 있다.

해체 시점은 ‘최순실 특검’ 조사가 끝나는 내년 3월께가 유력하다. 특검 과정에서 나온 혐의 등을 사과하고, 쇄신 차원에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식이다. 그 전에 해체하면 조사 방해 의혹을 살 가능성도 있다.

(2) 인적 쇄신

미래전략실 해체는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전략실은 최지성 부회장이 실장, 장충기 시장이 차장을 맡고 있다. 또 정현호 인사팀장(사장) 등 사장~부사장급 7명이 각 팀장을 맡고 있다. 미래전략실이 없어지면 팀장급 이상은 계열사로 옮기거나 그만둬야 한다. 통상 팀장을 지낸 뒤 계열사 사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사장단 인사도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삼성은 당초 지난 2일 혹은 5일께 단행할 예정이던 사장단 인사를 미뤘다. 삼성은 2014년 이건희 회장 입원 이후 사장단 인사를 최소폭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사 수요가 많다. 내년 특검 수사가 끝나면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대규모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3) 대관 업무 축소

6일 청문회에서는 정유라 씨 승마 지원 의혹 등과 관련해 삼성의 대외 로비 등에 비난이 쏟아졌다. 따라서 미래전략실을 없앨 때 계열사 간 사업 조정, 감사, 인수합병(M&A) 기능 등은 삼성전자로 이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획팀의 대관(對官)업무는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대관업무를 모두 비정상적인 로비로 치부할 순 없지만 삼성의 경우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집중 비난을 받은 만큼 상당한 수준의 조직 혁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