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지적된 로비·경영승계 지원 기능부터 축소·폐지
경영진단·채용 통합 기능은 필수적…다른 형태로 존속 전망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공언대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를 위한 기능 재편 작업에 곧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미래전략실을 축소해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 하부조직으로 흡수 통합하는 방식, 그룹 전반의 경영현안과 리스크 관리를 맡을 위원회 형태의 별도 조직으로 재편하는 방식 등이 다양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청문회에서 대외로비, 오너일가의 경영승계 기획 등이 지적된 만큼 이런 문제와 관련된 조직부터 수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7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어제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이 나왔기 때문에 현재 검토가 이뤄진 것은 전혀 없는 상태"라면서 "미래전략실을 어떤 방식을 통해 해체할지, 또는 재편의 방향성 등은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1959년 이병철 창업주 시절 회장 비서실에서 출발해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 2006년 전략기획실, 2010년 현재의 미래전략실로 명칭을 바꿔가며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해왔다.

미래전략실은 전략팀, 기획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진단팀, 금융일류화지원팀 등의 편제로 이뤄져 있으며,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약 200명의 임원과 고참급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은 우선 미래전략실에서 기업의 고유 기능으로 갖고 있는 계열사간 업무조정, 경영진단, 채용, 인수합병(M&A) 기능 등은 어떤 형태로든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1팀(삼성전자 담당)과 2팀(전자 이외 계열사 담당)으로 나뉘어있던 전략팀 조직을 최근 통합했으나, M&A 업무를 맡는 인력이 들어오면서 미래전략실 전체의 인력 규모는 오히려 더 커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자기 허물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제삼자 입장에서 체크하는 그룹의 경영진단 기능은 필수적"이라며 "채용도 정기 공채는 그룹 전체로 이뤄지고 있어 통할하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실이 삼성전자 내부로 통합된다면 이처럼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업무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신성장 사업과 M&A 등에서 자칫 추진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청문회 등을 통해 도마에 오른 대외로비 관련 조직은 축소 또는 폐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의 한 인사는 "국회, 정부, 지자체, 업종단체, 시민단체 등을 상대하는 기업의 대관업무를 모두 비정상적인 로비 활동으로 치부할 수는 없지만, 삼성의 경우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집중적인 비난을 받은 만큼 상당한 수준으로 조직을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삼성전자가 이미 주주환원 정책 발표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검토를 공식화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이 미래전략실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 등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그룹 금융부문은 중간 금융지주가 될 삼성생명 아래로 모이는 등의 그룹 재편이 가속화하면 자연스럽게 미래전략실 기능이 지주회사 쪽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재벌의 선단식 경영이 주는 폐해를 막고자 비서실·전략기획실 등을 일제히 없애라고 했지만, 재벌들이 다들 시늉만 하다가 다시 슬그머니 조직을 부활시킨 전례에 비춰 실제로 그룹 컨트롤타워 해체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재계 내부에서는 현실적으로 대규모 기업집단의 컨트롤타워를 없애는 것이 반드시 옳은 방향이냐에 대한 회의론도 없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