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미전실)을 없애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히면서 삼성그룹이 충격에 빠졌다. 그만큼 모든 사업에서 미전실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삼성에선 꼭 필요한 계열사 간 사업조정 기능 등은 삼성전자나 향후 설립될 삼성 지주회사 등으로 이전돼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미전실을 없애기 위한 검토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시간은 좀 걸릴 것”이라며 “일부 기능은 계열사 등으로 옮겨 유지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전실은 이병철 선대회장 재임 때인 1959년 회장 비서실로 설립된 조직이다.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 등 이름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내부에선 ‘실(室)’로 통칭돼왔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는 사업 위주로 운영되고 △신사업 발굴 △계열사 간 사업구조조정 △인수합병(M&A) △사장단 및 임원 인사 △계열사 감사 등은 ‘실’이 주도해왔다. 계열사에서 파견된 엘리트 인력 200~300명이 근무했으나 1997년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본부로 개편되면서 100명 수준으로 줄었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때도 50여명 수준의 업무지원실로 격하됐으나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2010년 미전실로 부활했다. 현재 250여명이 전략, 경영진단, 인사, 커뮤니케이션, 기획, 준법경영실 등 6개팀으로 나눠 근무 중이다.

미전실 해체는 2014년께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내부적으로 검토됐다. 젊고 실용적인 스타일의 이 부회장은 2014년 말 비서팀을 없애는 등 미전실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왔다. 미전실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때 엘리엇으로부터 ‘법적 근거가 없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미전실 해체엔 몇 개월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없어지더라도 일부 기능은 삼성전자로 옮겨지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비슷한 방식이다. 삼성은 현대차그룹처럼 대다수 계열사 주식을 가진 현대차가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를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삼성SDI 삼성전자 제일기획 등 금융사를 제외한 상당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계열사 의사 결정 관여가 가능한 구조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설립을 검토 중이다. 회사를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식이다. 6개월의 검토 기간을 설정해 놓았지만, 언제든 앞당길 수 있다.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설립된 뒤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삼성 지주회사가 세워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삼성 지주회사가 미전실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