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거시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1%대 초반(1.1∼1.4%)에 그쳐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경기 위축을 보완하고 물가상승을 견인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가져가야 한다고 국책연구기관이 주장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6일 "대내외 여건 변화가 국내 소비자물가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은 국내 총수요 부진과 함께 대외여건 변화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주요 거시경제 변수인 국제유가, 세계 총수요압력, 실효환율, 국내 총수요압력 변화가 국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충격반응함수를 통해 추정했다.

그 결과 세계 총수요압력이 1% 증가하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약 4분기에 걸쳐 0.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경제의 대외개방도가 높고, 세계경제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상품 및 서비스가격의 영향이 국내 가격에도 상당 부분 전달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1%포인트 오르지만 세계 총수요충격에 비해 지속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총수요압력이 1% 확대되면 소비자물가는 0.3%포인트 올랐고, 실효환율 역시 수입물가 경로를 통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해부터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주로 대외요인 변화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는 2015년 50%, 올해 20% 내외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 2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1.0%포인트 내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외 총수요압력 역시 소비자물가를 0.5%포인트 끌어내리는 요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총수요압력의 소비자물가 기여도가 축소된 반면 대외 총수요압력의 기여도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최근의 경기부진과 저물가의 주요 원인이 대외 측면에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1.4%로 여전히 물가안정목표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는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0.1∼0.2%포인트 추가 하락하는 영향이 반영됐다.

보고서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필요한 경우 경기 및 물가 하방압력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유가는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국내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세계경제도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등 하방위험에 노출돼 대내외 수요 약화로 물가상승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향후 국내 장기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상응하는 정도로 물가상승세가 확대되지 못할 경우 실질금리가 상승하며 경기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며 "국내 통화정책은 더 완화적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에 안착하면 자산 가격 하락압력을 완충해 부동산 경기 연착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