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은행 등 전통산업 투자한 버크셔, 6년만에 최고의 한 달 보내

미국 대선 기간에 공개적으로 도널드 트럼프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던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이 정작 대선 이후에는 '트럼프 랠리'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지난달 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약 한 달 새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A주 주가는 7.9%, B주는 7.8% 오르며 같은 기간 S&P 500지수의 상승 폭인 2.4%를 크게 앞질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5일 기준 A주 주가는 주당 24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B주 주가도 160.21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별로 따질 경우에는 버크셔 해서웨이 A주의 11월 상승 폭은 9.87%에 달해, 2010년 6월 이후 6년여 만에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이에 따라 버크셔 해서웨이 시가총액은 현재는 3천930억 달러까지 올랐다.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미국에서 4번째로 큰 기업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미국의 대형 정유업체 엑손 모빌과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등도 모두 시가총액 규모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에 뒤졌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이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가 은행권 규제 완화와 인프라 시설 투자에 나서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기업의 가치에 주목해 은행, 철도 등 전통 업종에 투자해왔다.

트럼프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촉발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은행권에 긍정적인 데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을 옭아매던 각종 규제도 풀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트럼프 당선 이후 은행주가 상승세를 탔다.

인프라 투자도 철도 운송업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감세 공약도 버크셔 해서웨이에는 호재다.

현재 미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35%지만, 트럼프는 이를 15%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바클레이스는 트럼프가 세율을 15%로 낮출 경우 버크셔 해서웨이가 순 장부가액으로 최대 290억 달러(약 33조8천억원)의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버핏은 트럼프 승리 직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모두의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꼬리 내린 모습을 보였다.

버핏은 "미국 증시는 앞으로 10년, 20년, 30년 동안 더 성장할 것"이라며 "(이같은 성장세를) 힐러리와 함께할 줄 알았지만, 이제는 트럼프와 함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