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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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혜원 기자 ] 지난해 183만대를 판매하며 '최대 실적'을 올린 국내 자동차 시장이 올 한해 판매는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분위기는 좋았다. 활발한 신차 출시와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연장으로 판매 호조를 이어갔다. 문제는 하반기였다. 개소세 인하 혜택이 종료되고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겪으면서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었다. 최근엔 수입차 업체를 중심으로 인증 조작 사례가 다수 발생하면서 수입차 시장마저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 내수 판매가 지난해보다 2.8%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1.7% 하락, 산업연구원(KIET) 또한 1.7% 감소를 예상했다. 특히 하반기 들어 8.3%에 달하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 봤다.

이를 추산하면 올해 내수 최종 전망치는 약 175만~180만대가 된다. 이 전망치대로라면 자동차 내수는 역성장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내수 시장은 10.3%의 고성장을 기록했었다.
올해 결산 앞둔 자동차 내수 '흐림'…180만대 못넘긴다
올해 국내 완성차 판매량은 개소세 인하 혜택이 종료된 지난 7월부터 두자릿수 감소를 해왔다. 7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0.3% 감소했다. 이어 8월 10.3%, 9월 13.2%. 10월 13.3% 하락했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10월을 제외한 하반기 내내 판매량이 줄었다. 7월에는 24%, 8월은 12.5%, 9월은 17.7%씩 감소했다.

문제는 11~12월 반전 모멘텀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지난해 11~12월에는 개소세 인하 정책과 함께 현대차 신형 아반떼, 제네시스 EQ900, 기아차 스포티지 등의 인기 모델이 줄줄이 출시되면서 강력한 '신차 효과'를 냈다. 판매량이 두달간 36만6000대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이날부터 10년이 넘은 노후 경유차를 교체하면 개소세 인하 등을 통해 최대 143만원을 할인받는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 제도'가 시행된다. 그러나 업계는 지원 대상이 318만명으로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엔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에도 수입차 판매량이 늘었다. 강력한 판촉을 내세운 덕분이다. 1, 2위 업체인 벤츠와 BMW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의 할인율을 내세우며 판매 경쟁에 열을 올렸다.

올해 들어서는 판매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진 탓이다. 올 8월 폭스바겐의 인증 위조 서류 적발 이후 닛산, BMW, 포르쉐 등으로 인증 오류가 확산됐다.

신재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 닛산의 배기가스 불법 조작 사건 등 수입차의 연이은 인증문제로 제품 판매정지가 늘고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 감소하고 있다"며 "수입차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5%에 달했지만, 올해 1~3분기에는 13%까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내수 부진의 여파는 내년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국내 자동차 시장 수요는 올해보다 2.4% 감소(176만대 추산)할 것으로 보인다. 2년 연속 판매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경기 침체 등으로 자동차를 구입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게 주요한 이유다. 글로벌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가계 부채가 늘고 경기 침체로 고용이 부진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봐도 자동차 시장은 저성장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구매층 증가세 둔화, 소비자 구매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연평균 170만대 수준에서 정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원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내년 내수 시장 판매량 감소가 우려되면서 보다 작아진 시장을 놓고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한국GM 르노삼성 등 완성차 간의 내수 시장 경쟁 또한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