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신라면을 먹는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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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신라면을 먹는 외국인들.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신라면을 먹는 외국인들. ♣♣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신라면을 먹는 외국인들.
1996년 10월 중국 상하이의 한 대형마트 앞. 한 손에 ‘신라면’ 한 상자를 든 이명화 농심상하이법인 영업부 차장은 막막했다. 한국에선 ‘국민라면’인 신라면을 중국에선 아무도 몰랐다.

데워 먹는 라면에 익숙한 중국 소비자들은 끓여 먹어야 제 맛인 신라면에 거부감을 보였다. 유통업체들은 손사래를 쳤다. 이 차장은 “중국 소비자들은 대접에 라면과 스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문화가 있다. 맛에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신라면을 끓여서 맛 보일 수 있는 기회만 있으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농심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시식행사를 시작했다. 농심이 작년 2억1000만달러(약 2375억원)어치를 판 중국시장 공략은 이렇게 시작됐다.
전세계가 '후루룩'…농심, 라면신화는 계속된다
내년 경영 목표 1번 ‘해외 시장 확대’

농심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정체상태에 빠지자 해외 시장을 기반으로 한 성장으로 경영의 축을 옮겨 가고 있다는 평가다. 라면업계 리더로서 국내 시장에 머물지 말고 해외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신춘호 회장의 의지도 반영됐다.

농심은 내년 첫 번째 경영 목표를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으로 정했다. 이에 기반한 2017년 사업 계획도 확정했다. 이런 계획이 가능한 것은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5일 한국무역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53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1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국내 라면업계에서 연간 수출 규모가 1억달러를 돌파해 수출의 탑을 받은 것은 농심이 처음이다.

전세계가 '후루룩'…농심, 라면신화는 계속된다
올해 농심은 해외 100여개국에 신라면 등을 판매해 무역협회 기준 1억546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평균 성장률은 11%다. 윤성학 농심 홍보팀 부장은 “1억달러 수출의 탑은 한국의 맛이 세계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해외 시장 개척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국내 7개 생산 거점과 해외 7개 생산 및 판매 법인을 갖고 있다. 올해까지는 국내와 해외로 나눠 사업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내년 사업계획은 국내와 해외 시장을 구분하지 않고 연구개발(R&D)·생산·영업 조직별로 짰다.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사업 계획을 짠 것이다. 농심은 이를 기반으로 2년 내 해외 매출을 10억달러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국 제2 공장 건설 검토”

박준 농심 사장(오른쪽)이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1억불 수출의 탑 트로피를 받고 있다.
박준 농심 사장(오른쪽)이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1억불 수출의 탑 트로피를 받고 있다.
농심 해외 시장 개척의 주력 상품은 신라면이다. 과거 신라면은 수출할 때마다 “교민 전용 아니냐” “너무 매운 맛 때문에 해외에선 성공하기 어렵다” 등의 의심이 있었다. 이를 시식행사 등 한국적 마케팅으로 돌파했다. 이는 중국 업체들도 변하게 만들었다. 농심의 ‘끓여 먹는 라면’이 인기를 끌자 중국 1위 라면회사인 캉스푸(康師傅)도 ‘중국의 국민라면’인 홍소우육면(紅燒牛肉麵) 광고문구에 ‘끓여 먹어도 맛있는’을 추가할 정도였다.

더 중요한 무기는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라면 그대로의 맛을 수출한 것이다. 신 회장이 ‘한국식 매운 맛’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2013년 미국 월마트와의 계약이다. 월마트는 당시 농심과 계약을 맺고 미국 전역에 있는 4300개 매장에서 신라면을 팔기 시작했다.

농심은 늘어나는 해외 시장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장의 컵면 라인 증설과 기존 중국 상하이공장 인근에 제2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