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득 케이피에프 사장(왼쪽)이 충북 충주공장에서 생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케이피에프 제공
도성득 케이피에프 사장(왼쪽)이 충북 충주공장에서 생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케이피에프 제공
산업용 볼트·너트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케이피에프는 2014년 대규모 적자를 냈다. 3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도 순손실이 234억원에 달했다. 베트남 중국 등 해외 생산법인의 실적 부진 탓이 컸다. 해외 법인에서 품질 관리가 제대로 안돼 불량이 많았다. 원가가 높아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도 떨어졌다.

그해 4월 도성득 사장이 대표로 취임했다. STX와 한진중공업 등 조선사에서만 32년을 근무한 베테랑 엔지니어였다. 그는 금형·소재 등 원가와 수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했다.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생산량과 품질이 큰 차이나는 게 문제였다. 일부 공정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

공정마다 세부 매뉴얼을 만들었다. 작업 시간과 원재료 사용량 등을 데이터로 뽑아낸 뒤 생산성을 가장 높이는 방법을 찾았다.

예를 들어 열처리에서 도금 공정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도금할 때 제품을 넣는 통에 난 구멍 지름까지 여러 차례 조정해 최적의 크기를 찾았다. 그러자 도금 재처리율이 40%에서 2~3%까지 확 떨어졌다.

법인장도 교체했다. 작년 10월 새로 바뀐 베트남 법인장은 공장에서 숙식했다. 차로 1시간 반 거리의 하노이에서 출퇴근하는 대신, 공장 식당에서 살았다. 자녀 교육 때문에 대도시인 하노이에서 다녔던 다른 한국 직원들도 하나둘 공장 인근으로 숙소를 옮겼다.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수시로 공장을 돌았다. ‘현장 중심 경영’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제품군도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확대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자 해외법인 실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도 사장은 “올해 처음 해외법인이 흑자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법인은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매출 480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의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회사 전체 매출이 36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2020년엔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작년 329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