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업계 대표로 선발…해당 업체 "특혜 전혀 없다"

엘시티 정관계 로비 의혹의 장본인인 이영복 회장의 아들 이창환씨(44·기업인)가 정부의 창조경제 사업에서 추진 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인맥을 이용해 각종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이 큰 만큼, 이씨의 창조경제 활동에도 최 씨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추측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씨는 지난 10월까지 가상현실(VR) 기술 기업인 에프엑스기어의 대표이사로 활동하다 퇴사했으나 1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에프엑스기어는 그러나 자사와 이창환씨를 둘러싼 특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전면 부인했다.

5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이 씨는 에프엑스기어의 대표로 재직하던 2013년 11월 미래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창조경제문화운동' 추진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됐다.

해당 추진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홍보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2013∼2014년 두 번 회의를 연 후 운영 실적이 없다.

당시 추진 위원으로는 학자·연구원·기업가·창업 교육 전문가 등이 선발됐다.

창의재단 관계자는 "창조경제 문화를 확산하고자 다양한 분야와 연령대의 인사를 추진 위원으로 뽑았다"며 "미래부와 협의해 선발 과정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미래부 관계자도 "창업에 성공했고 창조경제에 기여할 사람을 인터넷 검색이나 주변 추천을 통해 무작위로 뽑았다"며 "당시 30∼40대 후보군 중 이창환씨가 있었고 객관적으로 자격이 충분하다고 봤다"고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창의재단은 과거에도 최순실씨 파문에 휘말린 적이 있다.

최씨의 조카 사돈인 김모씨가 기업 파견직으로 창의재단에서 일했다.

또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재학할 당시 학사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 김경숙 이대 교수의 남편이 최근 창의재단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창환씨는 서울대 이공계 박사 출신으로 동료 공학자와 함께 2004년 에프엑스기어를 공동 창업해 대표를 맡다가 지난 10월 퇴사해 부친 이영복 회장의 회사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복 회장은 부산 해운대의 최고급 주거·상업단지인 엘시티의 건설 시행사 실소유주다.

현재 뇌물수수·알선수재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그는 '황제 친목계'를 함께 했던 최순실씨의 영향력을 토대로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에프엑스기어는 자사와 이씨가 정관계 로비에 힘입어 창조경제 사업 관여나 정부 지원 등에서 혜택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입장 자료를 내고 "특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에프엑스기어는 "창사 후 12년간 컴퓨터그래픽과 VR 기술 개발에 힘쓰며 정부 과제·지원사업을 정당하게 수주했다"며 "이런 임직원의 노력이 특혜로 매도되면서 성장 기업으로서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신선미 기자 tae@yna.co.kr, 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