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1등 DNA' 전파…잘나가는 LGD출신
지난 1일 단행된 LG그룹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LG디스플레이 출신들의 약진이다. 대거 승진·이동해 LG전자와 LG화학 등 그룹 주력 계열사 요직을 꿰찼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28분기 연속 1위를 달리는 LG디스플레이의 ‘1등 DNA’를 그룹 전반에 이식하려는 구본준 (주)LG 부회장의 의도라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 출신들은 생산관리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최고생산책임자(CPO)가 LG화학 3대 사업본부 중 하나인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사장)으로 승진했다. 전수호 모듈센터장도 부사장으로 승진해 LG화학 전지글로벌생산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설된 전지글로벌생산센터는 한국과 해외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총괄한다. LG화학 생산기능의 상당 부분을 LG디스플레이 출신이 책임지게 됐다.

LG전자에서도 2010년 LG전자로 건너와 구 부회장 밑에서 혁신팀을 이끌었던 고명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베트남 생산법인장을 맡고 있다. LG전자는 물론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계열사들의 가장 중요한 해외 생산거점인 하이퐁 캠퍼스를 책임진다.

LG디스플레이에서 OLED TV 상품기획을 담당하는 권일근 전무는 LG이노텍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옮겨갔다. LG디스플레이 출신이 LG이노텍 CTO를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호영 전무와 차성호 상무도 LG전자로 이동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스마트폰 부품 관련 업무를 맡았던 두 사람은 MC사업본부(모바일담당)에서 스마트폰 사업의 반전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1999년부터 8년여간 LG디스플레이 대표를 지낸 구 부회장은 회사를 세계 1위로 성장시키며 조직 문화를 완전히 바꿨다. 전화가 올 때마다 “1등 합시다”를 외쳤던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은 LG에서 근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을 꺾고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염원을 담아 2005년 담근 ‘세계정복주(酒)’를 지난해 10년 만에 개봉할 때 구 부회장은 LG전자 대표 신분으로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까지 내려가 축하했다. 재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그룹 전체 조직 문화를 독하게 바꿔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려는 구 부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LG실트론은 2일 이사회를 열고 변영삼 LG실트론 대표(부사장)를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로 했다. LG반도체 출신으로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생산본부 상무와 동부하이텍 기획관리총괄 부사장을 역임한 변 대표는 2008년부터 LG실트론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노스웨스턴대에서 재료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반도체의 날’에 석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반도체 생산기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LG실트론은 이외에 이보영 기술개발센터장과 송인섭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전무로 승진시켰다.

LG그룹 계열 광고회사 지투알에선 김종립 대표(부사장)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LG생명과학에서는 윤수희 백신사업부장과 오상현 생산담당이 상무로 선임됐다.

노경목/주용석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