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현지에 진출한 롯데그룹 계열사를 세무조사하는 등 최근 잇따라 한국 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정부가 2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국정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외교부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중 통상관계 점검회의’를 열었다. 산업부는 “중국 측과 협의해온 통상 현안 및 현지 투자 기업의 애로사항을 점검하기 위한 회의였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롯데그룹이 전방위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한 대책회의 성격이 짙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얘기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현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롯데 계열사 전 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와 소방안전 점검, 위생점검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롯데가 경북 성주의 롯데골프장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했다가 중국에 미운털이 박힌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역보복 조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한국산 폴리옥시메틸렌(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고, 한국산 화장품 및 농식품에 대한 통관과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11일 주한중국대사관 경제공사와 면담을 하고 같은 달 16일에는 차관보 명의의 서한을 중국에 보냈지만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는 줄지 않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롯데그룹을 어떻게 도울지에 대한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불합리한 조치에 대해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채널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