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나이지리아 예외 인정과 이란 생산량 기준 설정 문제 등 맞물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극적으로 산유량 감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복잡한 셈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감산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리비아·나이지리아의 감산 예외 인정과 인도네시아의 회원국 자격정지, 이란 등의 생산량 기준 설정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OPEC의 감산합의가 내년 글로벌 원유 재고 감소를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내다봤다.

우선 성명을 통해 추산한 OPEC 원유 생산량 상한선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생산 상한선보다 약 20만 배럴 높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OPEC은 원유 생산량을 하루 최대 3천250만 배럴(bpd)로 제한해 총 12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명을 바탕으로 추산한 3천268만 배럴로 대외적으로 알려진 수치보다 약 20만 배럴 많다고 FT는 전했다.

이 같은 차이는 리비아와 나이지리아가 감산 대상에서 빠지면서 발생했다.

리비아와 나이지리아는 10월 각각 하루 평균 52만 배럴, 167만 배럴을 생산했지만, 내전과 송유관 파괴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점을 인정받아 감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의 평소 원유 생산능력은 각각 78만 배럴, 220만 배럴이다.

원유 중개업체 PVM의 타마스 바르가는 "나이지리아와 리비아의 생산량 추산이 차이를 부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까지 협상 합의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이란도 사실상 증산을 허용받았다.

이란은 10월 생산량 대신 서방제재 전인 2005년 최고 산유량이었던 하루 평균 397만5천 배럴을 기준선으로 요구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신경전 끝에 하루 평균 380만 배럴 생산 동결을 약속했지만, 이는 여전히 이란의 현재 산유량은 370만 배럴보다 많다.

이란의 입장에서는 현재보다 최소 9만 배럴을 더 증산할 수 있는 셈이다.

OPEC이 앙골라의 생산량을 잘못 계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앙골라는 10월 유전지대 유지보수 문제로 생산량이 20만 배럴 감소했다.

이 때문에 감산 기준 시점을 9월 생산량과 비교해 설정하기로 했으나 이 역시 OPEC 전체 산유량 기준에 반영하지는 않았다.

또 원유 감산을 거부한 인도네시아의 OPEC 회원국 자격이 정지됐지만, 인도네시아의 10월 생산량인 74만 배럴은 고스란히 OPEC이 감산 기준으로 삼은 산유량에 포함돼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러시아의 감산 이행 여부도 불분명하다.

러시아는 내년 상반기 중에 하루 평균 3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밝혔지만, 감산 시점과 기준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감산합의를 위해 백방으로 다니며 노력을 많이 들이기는 했지만, 막상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감산 약속을 지키지 않으리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팽배하다.

매크로 어드바이서리의 크리스 위퍼 수석 파트너는 "러시아가 합의를 이행할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며 "전날 러시아와 OPEC의 만남은 떠들썩한 제목은 만들었지만, 세부사항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