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해운업계 합병바람…1위 머스크 5조원에 함부르크쥐트 산다
최악의 불황에서 악전고투하는 글로벌 해운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세계 1위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업계 7위인 독일의 함부르크쥐트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약 40억 달러(4조7천억원)를 내기로 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는 머스크의 인수합병 역사상 최대 규모 가운데 하나다.
해운 데이터제공업체 알파라이너는 이번 계약으로 머스크라인의 글로벌 컨테이너 점유율이 18.6%로 현재의 15.7%보다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계약은 세계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거래는 내년 말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며 최종 가격은 실사를 거쳐 정해진다.
머스크는 함부르크쥐트 인수로 북미와 남미를 잇는 항로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쇠렌 스코우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인터뷰에서 "함부르크쥐트를 편입해 라틴아메리카를 드나드는 항로에서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부르크쥐트는 브라질을 드나드는 모든 화물 가운데 25%를 수송한다.
머스크의 주가는 이날 코펜하겐 증시에서 6.7% 상승 마감했다.
함부르크쥐트는 해운 외에 은행, 식품, 음료 등의 사업을 하는 외트커그룹 산하에 있다.
이 해운사가 보유한 선박은 130척으로 62만5천 개의 컨테이너를 실어나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직원 수는 5천960명이며 지난해 매출은 67억3천만 달러다.
부채가 별로 없는 함부르크쥐트는 수년간 다른 기업의 인수 제안을 거절해왔다.
하지만 외트커 가문은 업황이 당장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80년간 운영해온 해운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해운업계에서는 글로벌 성장둔화 속에 과잉공급으로 지난 2년간 운임이 폭락하자 비용절감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합병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업계 3위인 프랑스의 CMA CGM은 싱가포르의 냅튠오리엔탈라인(NOL)을 인수했으며 일본의 3대 해운사는 컨테이너 부문을 합병하기로 했다.
중국의 코스코와 차이나시핑도 합병을 결정했다.
독일 하팍로이드는 두바이에 본사가 있는 UASC(유나이티드 아랍 시핑 컴퍼니)를 인수했다.
머스크의 스코우 CEO는 해운업계의 합병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몇 년 내에 상위 20개 글로벌 해운사가 "한 움큼"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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