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준 (주)LG 부회장(65)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다. 각 계열사 업무를 모두 챙기게 됨에 따라 미래 사업부터 주력 사업까지 그룹 내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LG 인사에서는 단순히 실적 수치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 상승 등 ‘본원적 가치’도 핵심적인 평가 지표로 떠올랐다.

◆전략보고회 등 챙기는 구본준

LG그룹의 지주사인 (주)LG는 1일 이사회를 열고 신사업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구 부회장의 역할을 확대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전략보고회 등 경영회의체 주관 △계열사 주력사업의 경쟁력 및 수익성 제고 △그룹 신사업 발굴 및 지원 등을 맡기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주)LG 신사업추진단장을 맡으며 자동차 부품과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를 중점적으로 챙겼던 것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특히 전략보고회와 업적보고회 등 경영회의체를 주관하게 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통상 전략보고회는 매년 6월, 업적보고회는 11월에 열린다. 여기서 계열사들은 반기 실적과 이후 경영계획을 보고하고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그룹 전반적인 방향에 맞춰 조율한다. 구 부회장이 이들 회의를 주관한다는 것은 그룹 및 계열사의 일상적인 업무를 챙긴다는 의미다.

구본무 LG 회장은 최고경영진 인사와 그룹 경영의 큰 방향 등 주요 경영사안을 관할한다. 구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 상무는 당초 전무로 승진해 LG화학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인사엔 포함되지 않았다. LG 측은 “더 탄탄한 경영 수업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지주회사에서 계열사 현안들을 두루 챙기면서 경영 능력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그룹에선 구자경 명예회장이 만 70세가 되던 1995년에 그룹 경영권을 구 회장에게 넘긴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구 회장이 70세였던 지난해 차기 회장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 지분은 구 회장이 11.28%, 구 부회장이 7.72%, 구 상무가 6.03%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 보폭 넓히는 LG 구본준…계열사 핵심사업까지 챙긴다
◆수치보다 ‘본원적 경쟁력’

이번 인사에서는 본원적 경쟁력을 얼마나 높였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고 LG 관계자는 전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에 이어 H&A사업본부(가전 담당)를 이끌게 된 송대현 사장이 대표적이다. 송 사장이 2012년부터 맡아온 러시아법인은 경영 실적만 놓고 보면 LG전자의 다른 해외법인에 비해 뛰어나지는 않다. 서방의 경제 봉쇄와 저유가로 러시아 경제 전반이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 사장은 현지 생산체제와 유통전략을 조정해 매출과 수익 감소를 최소화했다. 꾸준한 사회공헌활동과 생활밀착형 마케팅으로 현지 전문가와 소비자 15만여명이 선정한 ‘러시아 국민브랜드’에 LG전자 제품 다섯 개를 올리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단순한 수치보다 러시아 법인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경영 수완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는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HE사업본부(TV 담당)의 승진폭이 작았던 이유로도 분석된다. 20명의 LG전자 전무 이상 승진자 중 HE사업본부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영업이익률이 본질적 경쟁력보다 부품 가격 하락과 마케팅비 축소에 따른 것이란 평가가 있다”고 했다.

LG상사에서는 2014년부터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어온 송치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LG전자 VC사업본부(전장사업 담당)에선 대우자동차(현 한국GM) 출신인 양웅필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연임이 결정된 이우종 본부장(사장)을 필두로 대우자동차 출신이 VC사업본부에서 약진하고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영업을 담당하는 하이메 데하라이즈 LG전자 이베리아 법인장은 상무로 승진해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올해 LG 임원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