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배석자, 국조에서 밝혀…이재용과 삼성 본사에서 2시간 면담
"삼성, 배임문제로 난색"…국민연금 직원들, 압수수색 전 휴대폰 바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두 회사의 합병비율 변경을 요청했으나, 삼성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의결이 이뤄졌다는 증언이 30일 나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정재영 책임투자팀장은 이날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두 회사의 합병비율을 고쳐달라고 국민연금이 얘기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날 증언에 따르면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해 7월 7일 정 팀장 등 3명과 함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팀장(사장) 등 4명과 삼성 본사에서 약 2시간 동안 면담했다.

국민연금과 삼성 양측은 이 문제로 8차례 만났는데, 이 부회장이 나타난 때는 삼성 본사에서, 나머지 7차례는 국민연금 건물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국민연금이 삼성 측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조정을 요구한 이유는 삼성물산 지분 약 10%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해외 투자분석기관들도 비슷한 권고를 했으며, 당시 국민연금은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46주가 적절한 것으로 계산했다고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은 밝혔다.

그러나 삼성의 김종중 팀장은 "합병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이 결정돼서 외부에 밝혀져 사후에 (비율을) 바꾸면 제일모직 주주에 대한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쉽지 않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정 팀장은 진술했다.

정 팀장은 "내부 분석에 의하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삼성물산 주주에게 약간 불리한 부분이 있어 수정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한 것"이라며 "합병안의 최종 의사결정은 투자위원회가 결정하지, (이 부회장과의 회동) 현장에 간 사람이 결정할 사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사흘 뒤인 7월 10일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어 12명 가운데 8명이 찬성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같은 해 9월 1일 합병했다.

이 부회장과 만났던 국민연금 직원들은 당시의 '4대 4 대화'의 주요 내용을 기록해 뒀다고 했으며, 의원들은 해당 기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 관계자들이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휴대전화를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투자위에 참석했던 신승엽 리스크관리팀장과 유상현 대체투자실장에게 "압수수색 직전에 휴대전화를 바꿨다고 하는데, 과거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내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이에 유 실장은 "이전에 쓰던 휴대전화도 같이 제출했다"고 답했지만, 신 팀장은 "이전에 쓰던 휴대전화는 고장 나 집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이정현 류미나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