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회장 불려가는 그룹 초비상…79세 총수 위해 구급차 대기
오는 6일 열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를 앞두고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아홉 개 그룹 총수들이 한꺼번에 청문회에 불려 나가게 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자칫 총수가 말실수로 꼬투리를 잡히거나 국회의원들로부터 공개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가장 고민이 깊은 곳 중 하나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내년이면 80세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하루 종일 열리는 청문회를 견뎌낼지 우려하고 있다. 정 회장은 역대 국회 청문회 기업인 증인으론 가장 나이가 많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그룹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회의사당 주변에 구급차까지 대기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우리 나이로 79세인 정몽구 회장이 하루 종일 청문회에 있다 보면 중압감으로 인해 돌발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국회 내 또는 주변에 전문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여의도 인근 대형 병원과 연락체계를 갖추는 등 긴급 이송 체계를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10여년 전 협심증과 관상동맥경화협착증 등으로 큰 수술을 받았다. 2009년엔 심혈관 질환이 다시 재발해 종종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고령으로 행동이 느리고 말투도 어눌한 편이어서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의 면박을 받는 ‘타깃’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그룹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그룹은 대형 로펌을 선정해 따로 청문회 답변을 준비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청문회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들을 접촉해 예상질의서를 사전에 파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 산하 법무팀 등을 중심으로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을 낸 것을 ‘박근혜 대통령-삼성-국민연금 간 주고받기’ 대가로 몰아가는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면세점 선정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SK그룹과 롯데그룹 등도 법무·대관팀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중국과 일본 언론들은 최근 “한국 대기업들이 만신창이가 됐다”며 한국 경제 위기론에 대한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매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 경제 위기론을 타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