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CEO] 신진호 KTB네트워크 대표 "내년 중반 벤처 투자 적기, 가상현실 분야 주목"
“가상현실(VR) 등 신기술 분야에 투자를 늘릴 계획입니다. 지역으로는 인도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진호 KTB네트워크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981년 설립된 KTB네트워크(당시 한국기술개발)는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로 꼽힌다. 운용자산(AUM)은 5000억원 수준으로 업계 선두권이다. 투자실적도 좋다. 게임회사 썸에이지에 3년 전 30억원을 투자해 지난 10월 110억원을 회수했다. 특수효과업체인 덱스터에도 50억원을 투자해 250억원을 벌었다.

신 대표는 이런 KTB네트워크를 2008년부터 이끌고 있다. 1985년 KTB네트워크에 입사한 그는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만 35년을 지낸 ‘베테랑’이다.

KTB네트워크의 최대 강점은 해외투자 분야다. 국내 VC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전체 AUM 중 40%가량을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KTB네트워크가 최근 눈독을 들이는 시장은 인도다. 아직까지 국내 VC가 인도 기업에 투자한 사례는 없다. 신 대표는 “중국에 너무 많은 글로벌 VC 자금이 몰리면서 ‘과열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중국 투자를 꺼리는 VC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을 대신할 시장으로는 인도가 유망하다”며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벤처기업 중에서는 VR 사업을 하는 곳에 주목하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최근 VR분야 투자팀을 꾸렸고 전문인력까지 배치했다. 2014년 이후 VC들이 ‘러브콜’을 보낸 분야가 주로 바이오였다면, 향후 몇 년간은 VR 등 기술기업이 될 것으로 신 대표는 예상했다.

신 대표는 최근 들어 주춤거리는 VC들의 벤처기업 투자가 내년부터 다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 들어 미국과 중국 벤처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국내 VC의 신규투자도 작년에 비해 소폭 줄어든 상태다. 올해 1~9월 국내 벤처캐피털의 투자 금액은 1조481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5583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신 대표는 “미국 벤처투자 시장은 통상 침체에 들어간 지 1~2년 안에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곤 했다”며 “한국은 이르면 내년 중순께 좋은 투자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