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합의 없을 가능성 시사…알제리 등은 막바지 외교전

산유량 감축을 논의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기총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30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산유국 회의를 앞두고 감산 합의가 불투명한 가운데 국제유가는 배럴당 45달러 근접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OPEC의 사실상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알팔리 석유장관이 감산 합의가 없을 가능성도 열어놨다고 28일 보도했다.

사우디 아사르크 알아우사트 신문에 따르면 알팔리 장관은 이날 "OPEC의 개입 없이도 2017년에 수요가 회복되고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면서 "OPEC 회의에서 감산을 결정하는 단일한 방법 외에 미국을 비롯한 소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앞서 이틀 전에는 28일로 예정됐던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같은 OPEC 비회원국들과의 협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결국 취소됐다.

이런 가운데 알제리와 베네수엘라의 석유장관들은 감산에 대한 지원을 확보하려고 28일 러시아로 갈 것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OPEC은 비회원국들도 하루 60만 배럴을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장관은 감산보다 동결을 원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의 대형 석유 거래업체들은 OPEC이 이번 주 감산에 실패하면 유가가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OPEC이 지난 9월 잠정적으로 합의한 하루 생산량 3천250만 배럴 목표를 달성하려면 100만 배럴을 감산해야 한다.

건보르그룹의 최고경영자 토르비외른 퇴른크비스트는 "OPEC이 합의를 이룰 것"이라면서도 "합의하지 못하면 유가는 배럴당 10달러나 그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OPEC이 지난 9월 알제리 회의에서 감산에 잠정적으로 합의한 이후 배럴당 53달러까지 급등했다가 이달 중순까지 20%가량 떨어졌다.

세계 원유의 3분의 1을 공급하는 OPEC은 감산량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놓고 다투고 있다.

올해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은 리비아나 나이지리아와 같이 내전을 겪는 나라들처럼 감산에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라크는 감산의 기준이 될 OPEC의 통계가 자국의 생산량을 과소평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회원국인 러시아를 비롯한 대규모 산유국의 감산 동참 여부도 관건이다.

사우디는 2년 전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의 셰일업체를 고사시키기 위해 시장 점유율 확대 정책을 썼지만, 유가 폭락은 사우디의 예상보다 깊고 오래 가고 있다.

미국의 생산량은 2015년 초 정점 이후 떨어졌지만 최근 셰일업체들의 생산량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이전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서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OPEC이 감산에 합의하더라도 가격이 올라가면 미국을 비롯한 라이벌이 생산량을 늘리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시티은행의 키루 라자싱그람은 알제리 회의 이후 석유시장의 전망이 악화했다면서 이는 글로벌 공급량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산도 가격을 많이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합의에 실패하면 시장은 내년에도 유가 하락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OPEC이 의미 있는 감산을 결정하면 국제유가가 며칠 내에 배럴당 5달러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