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협상 단계서 이견…PEF 자금 회수에 '빨간불'

사모투자펀드(PEF)가 매물로 내놓은 동부익스프레스와 로젠택배 매각 작업이 최종 단계에서 잇따라 무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물류업체는 이미 한 차례 이상 매각작업이 불발돼 PEF의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와 물류업계에 따르면 KTB 프라이빗에쿼티(PE)가 매각을 추진 중인 동부익스프레스는 매각계약 체결 기한이 만료됐다.

그러나 지난 9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원그룹이 실사 과정에서 애초 제시한 인수가격(4천700억원)의 인하를 요구해 아직 최종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계속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부익스프레스 영업이익의 인천항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동부그룹의 물량보장 계약 기한이 다가온다는 이유로 동원그룹이 가격 인하를 요구했으나 매각자 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매각이 사실상 무산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작년 9월에도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을 추진했으나 가격 등 세부조건이 맞지 않아 현대 측이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가 매물로 내놓은 로젠택배도 지난 9월 영국계 PEF CVC캐피탈파트너스(CVC)가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아직 거래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CVC가 계약 자체를 파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한 관계자는 "로젠택배는 지난해 KGB택배를 인수한 영향으로 재무구조가 열악한 데다가 자체 자산도 별로 없는 상태"라며 "CVC가 위약금을 물더라도 차라리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베어링PEA는 지난 3월에도 글로벌 물류업체인 DHL, UPS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3곳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한 뒤 매각 작업을 진행했으나 가격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도 계약이 취소되면 CVC 한국총괄 임석정 회장의 취임 이후 1년여 만의 첫 거래 무산으로 기록되게 된다.

1995년부터 20년간 한국JP모간을 이끌며 2012년 KCC의 옛 에버랜드 지분인수 등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킨 임 회장은 지난해 9월 CVC 한국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물류업체는 장기적 관점에서 인프라구축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KTB PE나 베어링PEA는 재무적투자자(FI)이다 보니 비용 측면의 효율화에만 중점적으로 신경을 썼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경기 침체로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FI가 엑시트에 성공한 사례가 동양매직 말고는 거의 없다"면서 "KTB PE와 베어링PEA도 이번 거래가 무산되면 당분간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