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60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와 보증 조건 협상에 나섰다. 국책은행에서 자본을 확충받기로 한 만큼 ‘담보비율 50%’ 등의 가혹한 조건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연말까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던 1조600억원가량의 소난골 드릴십 인도대금을 못 받게 되면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해법으로 선박 인도대금의 조기 입금을 비롯해 보증 조건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17척의 잠수함 수주 실적을 가지고 있다. 잠수함 함정 등의 주요 구매자인 방위사업청은 방진회나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서가 있어야 선수금을 준다.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이유로 두 기관이 보증을 꺼리면서 대우조선은 선수금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유일한 보증보험사인 서울보증은 전체 보증 한도 7조원 가운데 1조원이 대우조선에 물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더는 보증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산업체 이익단체인 방진회도 대우조선 보증금액의 절반 수준을 ‘예금 담보’로 받아 보증해주고 있다. 보증사고가 날 것에 대비해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 것이다. 대우조선이 최근 선수금 3400억원을 받기 위해 4400억원의 보증을 요청하자 방진회는 2800억원의 예금을 담보로 요구했다. 대우조선은 선수금을 받으려 선수금의 80%가량을 담보로 내야 했다. 대우조선은 다음달에도 2000억원의 보증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방진회가 1100억원의 예금 담보를 요구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진회 관계자는 “일반 보증회사라면 보증료만 받지만 조합, 공제회 등은 보증료에 담보까지 확보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다음달 2조8000억원의 자본 확충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방진회를 설득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