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선정시기·방법, 재단에 돈 낸 롯데·SK에 유리하게 결정
檢 "기재부, 사람 때문에 간것 아냐"…고위직 비리연루 의혹에 선 그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선정 절차와 관련, 롯데와 SK 등 신청업체와 함께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을 전격 압수 수색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롯데와 SK가 1년 전 면세점 사업권을 잃은 뒤 올해 초 정부가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방침을 세우는 과정에서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미르재단 출연을 대가로 해당 기업들에 특혜를 주기로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때문이다.

면세점 선정 절차를 주관하는 기재부와 관세청은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검찰은 면세점 선정을 둘러싼 일련의 정책 변화 과정에서 정부가 석연찮은 의사결정을 내린 정황과 관련해 최 씨와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를 파헤치고 있다.

24일 기재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11월 14일 관세청의 특허심사 결과 롯데면세점은 연말 특허 기간이 종료되는 월드타워점 운영권을 잃었다.

SK네트웍스도 심사에서 탈락해 특허를 내놓게 됐다.

당시 업계에서 이들 두 업체의 탈락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국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 롯데는 그룹 상징인 잠실 롯데월드에 있는 알짜 점포를 잃으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올해 3월 3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면세점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특허 갱신을 허용하는 등 내용의 면세점 제도개선안이 발표됐다.

한 달 뒤인 4월 29일에는 외국인 관광객 특수에 대비하겠다며 서울에 4개의 면세점을 신규로 설치하겠다는 기재부·관세청의 발표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면세점 추가를 무리하게 밀어붙인다고 꼬집었다.

2015년 외국인 관광객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전년도 통계를 끌어다 쓰면서 두 기업에 회생 기회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더욱이 3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새로 면세점에 입찰할 때에는 감점을 주겠다고 했다가 4월 신규 면세점 공고 때는 이를 적용하지 않아 사실상 롯데에 특혜를 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0월 국감에서 천홍욱 관세청장은 "면세점 사업자는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허심사위원회에서 공정하게 선정되기 때문에 (불거진 의혹과) 별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정부가 면세점 추가 방침을 세우기 직전인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각각 비공개 개별 면담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관련한 의혹에 다시 불이 붙었다.

두 그룹 총수가 면세점 인허가 관련 민원을 넣고 이를 들어주는 대가로 최씨가 운영한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을 약속했을 것이라는 의심이다.

특히 대통령 면담 직후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추가 지원 요청을 받은 이들 그룹 가운데 롯데는 5월께 실제 70억원을 K스포츠 측에 입금했다가 검찰 압수수색 직전 돌려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롯데와 SK 측의 부당한 청탁으로 면세점 선정 관련 정책이 바뀌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는 기재부 1차관실과 정책조정국, 관세제도과와 관세청 수출입물류과 사무실이 포함됐다.

기재부는 큰 틀에서 면세점 등 관세정책을 포함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 이 가운데 1차관 산하인 정책조정국은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에서 발표되는 여러 부처와 연관된 정책 조율을 담당한다.

관세청은 면세점 특허 선정 등 실제 업무를 집행하고, 기재부 관세제도과가 관련 법령을 관할하며 관세청으로 주요 정책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은 면세점 선정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 결정 흐름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자료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검찰은 기재부 차관실 등을 수색한 이유에 대해 "차관 때문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기재부는 사람 때문에 간 게 아니다"라면서 "(기재부) 특정 부서 파트에서 자료를 받기 위해서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단순히 면세점 추가선정과 관련한 의혹뿐만이 아니라, 기재부 고위공직자가 비리에 직접 연루된 정황이 포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최근 기소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공소장에 미르재단 설립 관련 실무회의를 주도한 것으로 언급된 적이 있다.

전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었던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둘러싼 추측도 흘러나온다.

만에 하나 전·현직 기재부 고위 공무원이 일부 재벌그룹에 유리하도록 면세점 관련 제도를 운영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된다면, 엘리트 공무원의 상징인 기재부 직원들이 받을 충격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