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규제완화 이후 과다채무자 증가…충격오면 건전성 악화"
"최근 가계부채 증가 30∼40대, 소득 상위 20%가 주도"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규제완화 이전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대내외 불안요인이 현실화되면서 금리 인상과 소득감소 등의 충격이 발생할 경우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단기간에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24일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 :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 전후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2014년 8월 가계대출 규제 완화 이후 가계부채 증감 패턴 및 재무건전성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12∼2015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최근 가계부채 증감의 특징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 가계부채가 전년 대비 증가한 가구의 비율은 2013년 초 35.5%에서 2015년 초 29%로 감소했으나 평균 총부채 증가액은 연평균 3천640만원에서 4천470만원으로 확대됐다.

보고서는 "가계부채 총액이 증가하는 반면 부채 차입을 확대한 가구 비율이 감소한다는 것은 과다채무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2014년 전체 가계부채 증가액은 74조원으로 이중 절반이 넘는 약 41조원 정도가 거주주택 및 부동산 마련에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2014∼2015년 가계부채 증가의 80%가량은 가구주가 30∼40대인 가구에서 이뤄졌고, 증가액 중 가계소득 상위 20%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크게 확대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1∼2분위 가구 비중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는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크게 악화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중국경제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고 최근 장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데 있다.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반면 가계소득은 5% 하락하고 금리는 1.0%포인트 상승하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가계의 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2015년 기준 1천140만원에서 1천300만원으로 14%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경우 가계의 평균 채무상환비율(DSR)은 21.2%에서 25.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주택가격이 5% 하락할 경우 향후 LTV가 6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 비중은 10.2%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가계소득에 부정적인 충격이 발생하거나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의 DSR 및 LTV 비율이 단기간 내 높아지면서 가계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규제완화 이후 LTV 비율이 크게 상승한 가구일수록 사업자금 마련, 부채상환, 생활비 마련 대출 비중이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동산대출 규제강화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한편, 대내외 충격에 대비해 한계가구의 재무구조를 선제적으로 건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DTI 및 LTV를 규제 완화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고 집단대출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DTI 비율이 과도하게 높거나 LTV 비율이 단기간에 급상승한 가구의 비중이 추가로 높아지지 않도록 원리금 상환을 유도하는 가운데 추가 대출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변동금리 대출 가구는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