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의 경영혁신] 경영지표 개선·국민행복 서비스…'두 토끼' 잡은 도로공사의 혁신
고속도로 주유소는 하루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특성상 관리비가 더 들 수밖에 없다. 대다수 운전자는 한밤에는 문을 닫는 일반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비싸도 군말없이 이용해왔다. 고속도로를 타기 전에 미리 넣지 않은 자신의 부주의를 탓했을 뿐이었다. 이처럼 고속도로 기름값은 으레 비싸다는 상식이 최근 들어 깨졌다. 이엑스 오일(ex-OIL) 간판을 단 고속도로 주유소 163곳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1월10일 현재 1372원이었고 경유는 1175원이었다. 전국 주유소 평균보다 휘발유는 57원, 경유는 49원 저렴하다.

◆3년 연속 최고 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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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2013년 12월 취임하자마자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국민 서비스 혁신’에 매진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그는 물음을 통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은 왜 비쌀까?” “바로 저기가 우리 집인데 왜 나들목을 거쳐 한참 돌아가야 할까?” “여유 부지를 활용할 수 없을까?” 등이었다.

도로공사는 △국민안전 △서비스 혁신 △미래성장 △상생협력이란 경영 방침에 따라 ‘국민의 눈으로 국민행복 실현’에 적극 나선 결과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공기업 정부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같은 평가 대상 공기업 10개 중에서 유일한 기록이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영혁신] 경영지표 개선·국민행복 서비스…'두 토끼' 잡은 도로공사의 혁신
도로공사는 2012년 2월부터 전국의 182개 고속도로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단계적으로 전환해왔다. 도공은 김 사장 취임 이후 정품(正品)과 정량(正量)을 지키며 더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제공하기 위해 주유소 브랜드를 2014년부터 이엑스 오일로 바꾸면서 이엑스 오일 간판을 내건 163곳 주유소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석유공사 의무 매입분을 제외한 1억4000L를 입찰에 부쳤다. 지난해부터 공동구매 물량을 5억L(1년치 물량)로 확대하면서 확고한 유가 인하의 기반을 마련했다. 셀프주유기를 확대 설치하고 유류탱크 용량도 증설하는 등 보완조치를 거쳐 지난 8월1일부터 이엑스 오일의 기름값을 전국 알뜰주유소 평균치 이하로 인하했다. 지난 10일 현재 163곳의 평균 판매가격은 전국 알뜰주유소보다 휘발유 28원, 경유는 21원 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엑스 오일에서 ‘착한 가격’에 기름을 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 3분기까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49%(휘발유 42%, 경유 53%) 급증했다.

도공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시내에선 기름을 안 넣고 고속도로에 들어와서 주유하는 운전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도공은 이엑스 오일 주유소별 유류가격을 홈페이지와 고속도로교통정보 앱에서 알리고 있다.

◆환승정류장으로 이동시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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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은 고속도로 중간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편리하게 갈아탈 수 있도록 지난해 12월29일 가천대역(분당선) 환승정류장을, 올 1월30일에는 동천역(신분당선) 환승정류장을 잇따라 개통했다.

가천대역 환승정류장에서 내리고 타는 이용객은 하루 평균 1200여명. 이들의 이동 시간은 설치 이전보다 약 23분 단축된 것으로 지난 7월 조사됐다. 경기 과천과 충북 충주 거주자들의 통행시간은 무려 40분 줄었다. 동천역 환승정류장의 평균 통행시간도 약 14분 단축됐다. 도공은 환승정류장에 대한 고객만족도가 80%를 크게 넘어서고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공공기관 협업평가회’에서도 우수 사례로 선정된 것을 감안, 고속도로 대중교통연계 환승시설(ex-HUB)을 추가 설치할 방침이다.

◆졸음쉼터 내 푸드트럭 제공

도공은 지난해 7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서해안선, 영동선을 시작으로 올해는 경부선, 남해선 등에 푸드트럭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춘 ‘행복드림쉼터’ 14곳을 설치했다. 하이패스 이용률 증가로 발생된 여유차로와 톨게이트 여유부지를 활용했다. 휴게소가 부족한 지역에 쉼터를 만들어 운전자가 쉴 수 있게 해주고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만 20세 이상~만 35세 이하)에게 창업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운영 기간은 1년이지만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1년간 연장된다. 영업 초기 6개월 동안 임대료(매출의 1~3%)를 면제해준다. 푸드트럭의 하루 평균 매출은 30만~100만원 수준이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영혁신] 경영지표 개선·국민행복 서비스…'두 토끼' 잡은 도로공사의 혁신
[한국도로공사의 경영혁신] 경영지표 개선·국민행복 서비스…'두 토끼' 잡은 도로공사의 혁신
[한국도로공사의 경영혁신] 경영지표 개선·국민행복 서비스…'두 토끼' 잡은 도로공사의 혁신
도공은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휴게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 9월 경부고속도로 기흥휴게소(부산 방향) 광장부를 전면 개선했다. 진입부에는 대형차와 소형차의 진입로와 주차장을 분리하고 지정된 차로 이탈을 막기 위해 교통섬을 설치했다. 주차장부에는 구역별로 비어 있는 주차공간을 표시하는 주차유도안내시스템을 설치했고, 주차 구획선도 모든 차량이 진행방향의 사선(斜線)으로 그려 전진 주차하도록 했다. 다른 휴게소에도 확대 설치 중이다. 노약자 전용 주차구역을 건물 바로 앞에 따로 만들었다. 고령자들과 임산부들이 특히 좋아한다.

도공이 발상의 전환을 통한 경영혁신에 나서면서 주요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2013년 804억원에서 지난해 1316억원으로 늘어났고 부채비율은 93.95%에서 87.96%로 내려갔다. 김학송 사장은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전 직원이 ‘왜’라는 물음을 지워나가야 한다”며 “대국민 서비스 혁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특집기획부장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