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3일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공단(NPS) 강남사옥에 있는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기금운용본부는 강남사옥 5층에서 10층까지 6개 층을 쓰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검찰이 23일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공단(NPS) 강남사옥에 있는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기금운용본부는 강남사옥 5층에서 10층까지 6개 층을 쓰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검찰이 23일 삼성그룹과 국민연금을 동시 압수수색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논란이 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을 낸 것을 ‘박 대통령-삼성-국민연금 간 주고받기’의 대가로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적법 절차에 따라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의견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났으며 상당수 기관투자가를 직접 접촉했다고 해명했다.

또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때(2015년 7월25일)는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7월17일)가 끝난 뒤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 독대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재계는 최순실 국정 농단의 피해자 격인 기업들이 오히려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삼성·국민연금 압수수색] 검찰 '대통령 뇌물죄' 정조준…삼성, 한달 새 3번 압수수색에 '당혹'
◆박 대통령-삼성에 뇌물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작년 5월26일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며 삼성물산 지분 10%를 가진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 의견을 확정했다. 하지만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아 찬성표를 던진 과정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삼성이 청와대에 두 회사 합병을 도와달라는 부당한 로비를 했는지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합병에 찬성토록 압력을 행사했는지 △국민연금이 청와대 압력을 받고 자기 이익에 반해 찬성표를 던졌는지에 맞춰져 있다. 검찰은 이날 전 기금운용본부장인 홍완선 한양대 교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2일엔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하려면 삼성의 합병 민원에 대한 대가 관계가 드러나야 한다. 제3자 뇌물수수죄는 공무원(박 대통령)이 그 직무(합병에 찬성 여부)에 관해 부정한 청탁(민원)을 받고 제3자(최순실 모녀)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다.

검찰은 삼성 측이 최씨 모녀에게 직접 지원한 수십억원에 그 해답이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것 외에 최씨가 설립한 스포츠 컨설팅업체인 비덱스포츠에 35억원, 최씨 조카 장시호 씨(37)가 실소유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삼성 심장부 직접 겨냥

삼성그룹은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 들이닥친 검찰의 압수수색에 당혹해 하고 있다. 특히 서울 서초사옥 42층에 있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사무실이 수색당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만약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죄 등을 적용한다면 삼성 측 고위 관계자도 뇌물공여죄로 기소될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 합병 논란 당시 미국의 헤지펀드인 엘리엇과 전쟁이 붙으면서 외국계 먹튀 자본을 막자는 여론이 많았다”며 “정체도 모호한 최순실을 통해 불법 로비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은 보름 전인 지난 8일 검찰의 1차 압수수색을 받았다. 당시 삼성의 대관업무를 총괄하는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사무실과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사무실 등이 수색을 받았다. 15일엔 서초사옥에 입주해 있는 제일기획 스포츠단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장씨가 실소유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돈을 지원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23일은 수요일로 매주 삼성사장단이 모여 강연을 듣는 ‘수요사장단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계열사 사장들이 김난도 서울대 교수로부터 ‘트렌드 코리아 2017’을 주제로 강연을 듣기 시작한 오전 9시께 검찰이 들이닥쳤고, 사장들도 강의 중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윤상/김현석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