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소비 위축이 심상치 않다.

한국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 2%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소비를 늘리지 않겠다"는 태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 위축이 전체적인 내수 침체로 이어져 경제의 활력을 낮추고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 불안한 민간소비…정부 "불확실성 확대"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4.5%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폭염효과 소멸, 이른 추석·농산물 가격 상승 등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가전·휴대전화, 음식료품 등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10월 들어서도 민간소비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국산 승용차의 내수 판매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11.5% 줄었다.

국내 카드승인액(12.4%)이 증가하고 백화점(5.6%)과 할인점(4.8%) 등 유통업계 매출액은 늘었지만 휘발유·경유 판매량은 지난 3월(-0.7%) 이후 7개월만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재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폭염효과 등 전월 특이요인 소멸 등으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조정을 받고 있고 생산도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10월 중 내수가 반등할 전망이지만, 미국 대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계·기업 경제심리 회복 지연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 소비자 취업·임금수준 전망 하락↓…"경기 하락" 시각 늘어

실제 소비자들의 심리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사정 악화, 가계부채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0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9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CCSI는 올해 5월 99.2에서 6월 98.8로 떨어진 이후 7월 100.9, 8월 101.8로 올랐다가 9월엔 101.7로 0.1포인트 하락하는 등 보합권을 맴돌고 있다.

특히 가계의 6개월 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향후경기전망CSI는 80으로 9월 83보다 3포인트나 하락했다.

앞으로 반년 뒤 경기상황이 현재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한 달 전보다 늘었다는 뜻이다.

조선·해운업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취업 기회도 점차 줄어든다고 느끼고 있다.

취업기회전망CSI는 9월 80에서 10월 79로 1포인트 떨어졌다.

임금수준전망CSI는 10월 113으로 1포인트 내려 소득에 대한 기대치도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생활형편전망CSI(98), 소비지출전망CSI(107)는 전달과 변동이 없었다.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도 않는데다, 소비를 늘릴 계획도 없다는 의미다.

◇ "내수침체와 디플레이션 결합해 장기침체 구조화…재정·통화정책 필요"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내수 침체 우려는 가뜩이나 암울한 한국 경제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내수 잠재력을 침식하는 가운데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산업계 구조조정은 물론 최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다.

안팎으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2.6%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2%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내년에도 한국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반적인 내수 침체가 디플레이션과 결합한 형태로 장기 경기침체가 구조화하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한 추가적인 경제성장률 하락도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가 무너지면서 이런 경기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정책적 추진력도 사라진 상황"이라면서 "하루빨리 컨트롤타워를 재정립하고,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으로 경기를 안정화해야만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