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인수를 발표한 미국의 전장사업 전문기업 하만(Harman)의 디네쉬 팔리월 CEO는 인수합병 발표 잉후 기존 고객사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21일 밝혔다.

전날 방한한 팔리월 CEO는 이날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삼성전자 손영권 전략혁신센터 사장, 박종환 전장사업팀 부사장 등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 고객들에게) 삼성이 하만 인수로 목표로 하는 것은 완성차업체가 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팔리월 CEO와 일문일답.

--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전략사업팀의 성과와 향후 하만과의 협력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달라.
▲ (손영권 사장) 작년부터 자동차 사업을 위해 유기적 성장이나 M&A 등 여러 옵션을 검토했다.

전략적인 면에서 M&A를 통해 규모도 있고 고객과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하만과 함께 하는 게 빠르다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하만은 이 시장의 고객들과 관계를 갖고 있고, 이 시장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도 많다.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기술과 부품 기술을 활용하면 더 좋은 부품 기술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 자동차 부품 외에 하만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 (손영권 사장) 하만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오디오 쪽으로도 매우 강하기 때문에 삼성의 비디오 기술과 결합하면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삼성이 B2B 분야를 잘 못 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삼성의 모빌리티, 연결성, 5G 등 분야 능력을 하만과 합하면 B2B 시장으로 갈 수 있다고 기대한다.

미래의 자동차는 지금의 자동차와 많이 다를 것이다.

사용자경험(UX)이 훨씬 중요하고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transportation)이기 때문에 오디오, 비디오가 중요하다.

애플리케이션과 새로운 수요를 만들 것이므로 앞으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디네쉬 CEO) 특히 전장사업 부문에서 하만은 이 시스템에 대한 기술과 개발경험을 비롯해 오랫동안 관계를 구축한 고객들이 있고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

하만이 갖고있지 않은 삼성의 센서, IT, 모빌리티 5G 기술 등을 더하면 완벽한 솔루션을 공급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만은 미국에서 그야말로 전설같은 브랜드를 많이 갖고있고 이를 삼성의 가전제품에 적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디오 시장에서도 하만은 오디오, 조명 솔루션을 갖고 있어 삼성과 결합하면 공연장, 영화관 등의 공간에 걸맞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 데이터 분석을 통해 탄탄한 기반을 다지면 삼성이 적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종환 부사장) 과거 10년이 PC 시대였고 현재 10년이 스마트폰 시대라면 향후 10년은 스마트카 시대가 온다고 본다.

배터리 시장은 스마트폰보다 차량 시장이 더 커졌고 프로세서도 10년 이내에 자동차 쪽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삼성이 부품 사업에서 OEM 사업자들과 직접 접촉하기 아무래도 힘든 부분을 하만의 네트워크를 통하면 수월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하만이 가진 오랜 역사의 브랜드와 오디오 기술을 활용하면 삼성의 TV나 스마트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삼성과 손잡았을 때 기존 고객사들 반응은.
▲ (디네쉬 CEO) 합병 발표 후 지난 일주일간 손 사장과 현대 등 한국을 포함해 주요 고객사들을 많이 만났는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고객사를 만나 분명히 한 것은 삼성이 하만 인수를 통해 목표로 하는 것은 스마트 자동차 시대에 1차 솔루션 공급 업체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티어(Tier)1 공급업체가 되는 게 목표이지 완성차업체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종환 부사장) 저희 고객사가 완성차 업체다.

고객사가 하는 사업을 들어가기 위해 하만을 800억달러에 인수했을리가 없지 않나.

저희가 하만을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완성차 시장으로 가지 않겠다는 증거이자 반증으로 봐주시고, 부품사업을 하기 위한 것으로 봐달라.
-- 디네쉬 CEO 방한 일정은. 하만이 멕시코에도 공장을 갖고 있는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등으로 인한 우려는 없는지. 한국에 전장사업 공장이나 R&D 센터를 만들 계획은 없나.

▲ (디네쉬 CEO) 하만은 굉장히 글로벌한 기업이다.

미주와 유럽, 아시아에 완전한 공급망을 갖고 있다.

그에 맞춰서 고객에게 서비스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오전에는 삼성의 많은 임원을 만났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삼성이 개발하는 디스플레이, 모빌리티 혁신을 보고 기대감이 커졌다.

오후에 이재용 부회장과 만날 예정으로 제가 느낀 흥분들을 공유할 예정이다.

-- 삼성전자 번들 이어폰이나 스마트기기에 하만의 음향은 언제쯤 접할 수 있나.

▲ (박종환 부사장) 지난주에 인수 계획을 발표한 것이고 인수까지는 아직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만은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제한적이다.

전세계 주요국에 반독점 신고를 해서 허가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2018년쯤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인수와 관련한 '시너지'의 구체적 의미는. 하만의 공급체인에 변화 있나.

▲ (손영권 사장) 미국에서 시너지라고 하면 보통 비용 면의 시너지를 의미하지만 이 경우는 그렇지 않다.

전장 사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고 티어1과의 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시너지를 기대한다.

-- 스마트카 관련해 보안이 중요하다.

보안 면에서 어떤 도움이 가능한가.

▲ (손영권 사장) 하만은 고유의 보안 솔루션을 갖고 있고 이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디네쉬 CEO) 하만은 누구보다 빨리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해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 업체를 인수한 바 있다.

삼성 역시 녹스(KNOX)라는 보안 솔루션을 갖고 있는데, 이것 역시 저희가 가진 솔루션과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

-- 삼성은 애플, 구글과 비교하면 자동차 부품 진출이 늦은 편이다.

두 회사와 차이점이 있다면.
▲ (손영권 사장) 저희는 분명히 OEM이 되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고 단지 티어1으로 들어가기 위한 입장을 M&A와 함께 발표했다.

저희 기술을 최대한 이용해 자동차 사업 기술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박종환 부사장) 애플과 구글은 자사나 OS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삼성과 하만의 협력은 각사가 잘하는 부분을 합쳐 이른 시일 안에 고객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생각으로 보면 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