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성장 전망이 암울하다. 한국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모두 2.2%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2.8%다. 정부도 2%대로 전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3년 연속 3%를 밑돌게 된다. 물론 1% 전망치를 내놓은 곳도 있다. 경제성장 전망치는 김영삼 정부 시절 평균 성장률 7.4%에서 김대중 정부 5%, 노무현 정부 4.3%, 이명박 정부 2.9%대로 줄곧 하향세를 보여왔다. 이제는 2%대를 거쳐 1%로 가라앉을 판이다. 장기저성장 추세가 확연하다.

1990년대는 물론 2000년대에도 한국 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건설투자나 민간소비로 성장하고 있다. 그나마 건설투자도 재정 지출이 끊기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민간소비도 정상은 아니다. 3분기 내국인이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체크·직불카드 금액은 37억8000만달러(약 4조4472억원)로 전분기보다 9% 증가했다. 물론 사상 최고치다. 국내에서는 투자도 소비도 점차 끊어지는 구조다.

해외 상황을 핑계 댈 수도 없다. 일본이나 동남아는 오히려 분명한 성장세다. 굳이 필리핀이나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정권의 성격을 불문하고 포퓰리즘이 지배하고 있고 갈수록 정부 개입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더구나 ‘식물정부’인 상황이다. AI나 IoT 혁명을 선도하는 세계적 대기업 CEO들의 방문까지 영향을 받는다. APEC 회의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하지 못했다.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국만 다른 동네에서 놀고 있다.

경제에 활력을 줄 만한 어떤 구조 개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동개혁도 모두 허사다. 대통령 퇴진 운운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과감한 설비투자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하지만 아무도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아베 일본 총리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도 우리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다. 그저 광장의 촛불에만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회다. 광장의 횃불은 타오르고 경제 촛불은 꺼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