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이 암초에 부딪혔다. 현대상선은 지난 5월부터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얼라이언스 가입을 추진했지만 6개월째 별다른 진전이 없다. 현대상선 측은 “가입은 거의 확정적이고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협상이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못미덥다”는 반응이다. 급기야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해운전문지 저널 오브 커머스(JOC)는 “현대상선이 2M으로부터 ‘퇴짜(spurn)’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현대상선은 곧바로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2M 가입까지는 아직 난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현대상선,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 가입 난항
◆2M 가입 절실한 현대상선

2M은 세계 해운시장의 28%(물동량 기준)를 점유하고 있다. 세계 1,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MSC가 소속돼 있다. 세계 주요 선사는 다른 선사와 동맹을 맺고 자기 배에 다른 회사의 짐을 실어주며 영업망을 넓힌다. 서로 원가를 절감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은 2M 가입이 절실하다. 대형 선사들과의 동맹을 통해 화물, 선박, 노선 등을 공유하면 운임을 낮추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올 3분기 23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여섯 분기 연속 적자다. 2M 가입은 현대상선이 지난 3월 채권단과 맺은 조건부 자율협약의 세 가지 조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대상선이 ‘2M 가입 무산설’에 발끈하는 이유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JOC 보도에 “명백한 오보”라며 “해당 기사에 대해 머스크 측이 정정 요구를 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현대상선은 2M 가입을 확신하고 있다.

◆선대 규모·가입기간 등 의견 차

2M 가입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현대상선은 지난 7월 2M과 공동운항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 당시 2M 가입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사될 것처럼 보였다. 상대적으로 아시아·미주 노선이 취약한 2M에도 현대상선 영입은 시장 지배력을 넓힐 기회였다.

하지만 2M 가입을 위한 세부 협상에서 이견이 발생한 게 걸림돌이 됐다. 2M 측은 현대상선에 ‘추가로 선대(선단 규모)를 늘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 현대상선은 현재 선복량(컨테이너 적재량)이 45만7000TEU(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개)다. 머스크와 MSC에 비해 각각 7분의 1, 5분의 1 수준이다. 선복량이 많을수록 경쟁력이 커지는 해운업계에서 선대 규모를 현상 유지하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정부는 지난달 내놓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현대상선의 선대를 키울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2M 가입 기간도 변수다. 현대상선이 원하는 가입 기간에 비해 2M 측이 제시하는 기간이 두 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각종 제약이 많은 2M에 오래 머물면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판단, 너무 길게는 가입하지 않을 생각이다. 몇 년 뒤에는 그때 상황을 봐서 2M에 다시 가입하거나 다른 해운동맹 가입을 추진하면 된다는 계산에서다. 반면 2M은 현대상선을 동맹 내 비중이 낮은 상태로 장기간 묶어두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업계에선 현대상선의 2M 가입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현대상선이 최근 SM그룹에 밀려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인 미국 롱비치터미널 인수에 실패한 것도 2M 가입 협상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상선과 2M 측은 늦어도 다음달 초 협상 타결을 목표로 이견을 조율 중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