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20일 검찰이 발표한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 수사 결과에서 K스포츠재단 70억원 추가 기부와 관련, '뇌물죄' 혐의가 언급되지 않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날 검찰은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혐의의 하나로 "두 사람이 직권을 남용해 롯데그룹을 상대로 최순실이 추진하는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 비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교부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롯데와 검찰 등에 따르면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이석환 대외협력단 CSR(기업사회적책임)팀장(상무)은 지난 3월 사실상 최순실 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의 정현식 전 사무총장 등을 처음 만났다.

K스포츠재단 요청의 요지는 "대한체육회가 소유한 하남 땅에 엘리트 스포츠, 특히 배드민턴·승마 등 비인기 종목을 육성하기 위한 시설을 지으려는데 땅은 우리가 마련할 테니 건축 비용을 롯데가 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K스포츠재단이 롯데에 처음 요구한 금액은 75억 원이었고, 약 3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5월말 롯데케미칼 등 6개사는 결국 70억원을 분담해 K스포츠재단에 송금했다.

하지만 K스포츠재단은 "부지 확보가 어려워졌다"며 돈을 받은 뒤 약 열흘만인 6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에 걸쳐 70억원을 모두 공식 기부 계좌를 통해 돌려줬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 롯데는 "전경련을 통해 이미 K스포츠재단이나 미르재단 설립 당시부터 청와대의 뜻이 반영됐다는 것을 전달받은 상태였고, K스포츠재단이 집요하게 다른 5개 거점도 기업들이 다 참여하는데 롯데만 안 할 것이냐는 식으로 압박해 거부할 수 없었다"며 '피해자' 입장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스포츠재단이 롯데에 70억원을 돌려준 시점이 검찰의 롯데그룹 압수수색(6월 10일) 하루 전인만큼, 당초 검찰 수사를 피하려고 롯데그룹이 실세 최순실측에 돈을 건넸다가 일이 꼬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월 말~3월 초 신동빈 롯데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따로 만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되면서, 70억원의 '대가성'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검찰은 롯데의 70억원 추가 출연에 대해 최 씨와 안 씨의 '직권 남용'의 근거로만 언급하고,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관계자는 "계속 우리가 해명한대로 70억원 추가 출연은 대가성이 없는 기부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기금 출연에 대가성이 있었다면 지난해 롯데 잠실면세점이 탈락하고 올해 검찰 수사를 4개월이나 받는 등 그룹의 위기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특검 수사나 국회의 국정조사 과정에서 롯데 등 대기업과 최순실측 및 청와대 사이 모종의 '거래'가 확인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