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자금 유입 영향…가계가 가입하는 정기적금은 감소

은행의 저축성예금 가운데 잔액이 10억이 넘는 '거액 계좌'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의 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등 저축성예금 잔액은 1천33조46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5%(24조7천37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예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한 계좌의 총잔액은 454조5천460억원으로 6개월 사이 4.4%(18조9천880억원)나 불었다.

계좌 수도 약 6만개로 6개월 사이 2천개 가량 늘었다.

반면 잔액이 1억원 이하인 저축성예금은 399조2천360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0.7%(2조8천77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억원 초과∼5억원 이하인 계좌는 총잔액이 131조9천510억원으로 1.8%(2조3천740억원),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는 47조3천140억원으로 1.1%(4천990억원) 각각 늘어났다.

저축성예금은 가계, 기업 등이 자산 증식 등을 위해 금융기관에 일정 기간 자금을 맡겨두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언제라도 인출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보다 유동성이 낮지만, 금리는 높은 편이다.

10억원이 넘는 저축성예금이 부쩍 늘어난 것은 기업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의 비율)을 관리하려고 거액의 기업예금 유치를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는 경기의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저금리 장기화에도 기업들이 수익 등으로 생긴 자금을 은행에 많이 넣어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줄었다.

저축성예금을 상품별로 보면 올해 6월 말 저축예금의 잔액이 218조8천56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2%(8조7천530억원) 늘었다.

또 기업자유예금이 같은 기간 3.4%(5조5천960억원), 정기예금이 1.9%(11조570억원) 각각 증가했다.

반면 정기적금 잔액은 34조8천95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5%(1조2천780억원) 줄었다.

정기적금은 보통 가계가 목돈을 마련하려고 가입하는 상품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기적금의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가계가 과거보다 돈을 적게 넣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6월 말 은행의 정기적금 계좌는 1천18만2천개로 작년 말보다 7.3%(68만9천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