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18일 달러당 110엔대까지 밀렸다. 일본 도쿄의 한 외환거래실에 엔·달러 환율이 110.58엔으로 표시돼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엔화가치가 18일 달러당 110엔대까지 밀렸다. 일본 도쿄의 한 외환거래실에 엔·달러 환율이 110.58엔으로 표시돼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일본 엔화가치가 6개월 만에 달러당 110엔대에 진입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간 회담으로 엔저(低) 용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데다 일본은행이 장기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1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장중 달러당 110.87엔까지 하락했다. 지난 9일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직후 101엔대까지 치솟았지만 불과 1주일여 만에 9엔가량 급락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의 엔화 약세 분위기가 도쿄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미국 주택 관련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돈 데다 미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참석한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며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옐런 의장은 “추가로 나올 경제지표들이 양호하다면 금리 인상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적절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비교적 이른 시점’이란 말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금리가 올라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이가 커지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면서 엔화는 약세를 보인다.

이날 오전 아베 총리와 트럼프 당선자 간 회담도 영향을 미쳤다. 아베 총리는 2차 내각 취임 초기 버락 오바마 정부로부터 엔저를 암묵적으로 용인받으면서 과감한 금융 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약달러를 원하고 환율조작을 강하게 비판하는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일본 정부가 엔저 유도 정책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당선자 간 관계가 좋아지면 일본이 강력한 금융 완화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행이 전날 국채 금리 급등에 대응해 고정금리로 중단기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기로 한 점도 양국 간 금리 확대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일본은행은 지난 9월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0% 정도’로 조정하기로 했다. 국채금리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만 일본은행이 정한 금리로 채권을 사들여 금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전날에는 일본은행이 제시한 금리(가격)가 시중금리보다 높아(낮아) 금융회사들이 입찰에 응하지 않으면서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행의 ‘지정가격 국채 매입’이란 공개시장 조작 정책으로 인해 최근 급등세를 나타낸 국채금리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