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P파리바 분석…"수출 타격·자본유출 압력 커질 듯"

한국경제가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받을 충격이 신흥국 가운데 매우 클 것이라는 해외 투자은행(IB)의 분석이 나왔다.

18일 국제금융센터가 해외 IB의 보고서를 취합한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자료를 보면 BNP파리바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금리 상승 등으로 이어지면서 대외개방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NP파리바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에 따른 국가별 취약성지수를 산출한 결과, 한국은 66점(100점 만점)으로 20개 신흥국 가운데 말레이시아(71), 헝가리(66점)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헝가리와 한국의 취약성지수는 모두 66점이지만 소수점 아래까지 계산하면 헝가리가 높다.

국가별 취약성지수는 대미수출 비중, 수출 의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신용(총부채), 실질정책금리, 경상수지 등 5개 변수를 각각 20점 만점으로 적용했다.

우리나라의 취약성지수를 구체적으로 보면 GDP 대비 총신용이 19점으로 중국(20점) 다음으로 높았다.

1천3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를 둘러싼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실질정책금리의 취약성 점수(16점)도 사우디아라비아(20점), 터키(19점), 헝가리(18점)과 함께 높은 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25%로 낮은 편이이어서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 내외 금리 차가 좁아질 공산이 크다.

대미수출 비중(15점)과 수출의존도(13점) 역시 신흥국 가운데 취약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상수지 취약성 점수는 3점에 그쳐 대만(1점), 태국(2점) 등과 함께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BNP파리바는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한국의 자본유출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스탠다드차타드는 한국의 대미수출과 관련해 "한국의 수출에서 미국 비중은 13%로 중국(31%)보다 낮지만, 중국과 달리 미국은 대부분 최종재를 수입하고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당선이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노무라는 "원화 가치 하락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내년에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며 "미국 대선 이후 달러 강세가 직·간접적으로 소비자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노무라는 내년에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중기 목표인 2%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더라도 저성장,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소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