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미 중앙은행(Fed) 재설계 작업이 뜻하지 않은 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CNBC 등 외신들이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기간 “Fed와 재닛 옐런 의장이 초저금리 정책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면서 ‘거짓경제’를 만들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트럼프 당선자 취임 후 옐런 의장의 교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옐런 의장을 ‘해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테리 헤인즈 에버코어 선임정치전략가는 “트럼프 당선자는 2018년 2월까지인 옐런 의장의 임기를 보장하되 차기 의장직 후보를 공석인 2개의 Fed 이사직에 임명하면서 영향력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옐런 의장이 트럼프 정부 출범 후에도 약 1년간 Fed 수장을 유지하겠지만 입지는 크게 약해질 전망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차기 의장 후보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와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석좌교수, 리처드 피셔 전 댈러스연방은행 총재,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 등 구체적인 이름까지 나오고 있다.

CNBC는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의 Fed 장악은 역설적으로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의 선택에 달려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옐런 의장이 Fed법에 따라 2018년 의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2024년까지 유효한 14년 임기의 Fed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게 근거다. 피셔 부의장도 2018년 6월에 ‘부의장’이라는 직책은 떼지만 이사 임기는 2020년에 가서야 끝난다.

CNBC는 Fed의 전통을 감안하면 두 사람이 의장과 부의장직을 벗은 뒤에도 Fed 이사로 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법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메리 조 화이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에 맞춰 내년 1월 사퇴하기로 했지만, Fed는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난 중앙은행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자가 ‘협상의 달인’답게 옐런 의장의 임기를 보장하면서 Fed를 장악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쓸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