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임배추·양념 사서 버무리기만 하면 '김장 끝'

대구에 사는 주부 박모(43)씨는 지난해부터 경북 한 농협에서 절임배추 30㎏을 주문해 김장한다.

시어머니와 함께 김장하는 박씨는 재작년까지는 집 근처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서 배추를 샀다.

그러나 배추를 다듬고 소금에 절이는 것이 전체 김장 과정에 반 이상이 될 정도로 힘들다는 것을 알고 김장 방법을 바꿨다.

"김장은 처음부터 손맛이 들어가야 한다"며 절임배추 구매에 마뜩잖아하는 시어머니를 설득한 끝에 절임배추를 사 지난해 김장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김장을 앞두고 시어머니가 먼저 절임배추 이야기를 꺼냈다.

박씨는 시어머니와 올해도 절임배추로 김장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는 "시어머니가 지난해 김장 때 절임배추를 쓰면 품이 많이 주는 것을 알게 되신 것 같다"며 "양념 채소로 만드는 김칫소는 가정마다 다르지만, 배추 절이는 대부분 집이 비슷해서인지 절임배추 사용에 반대가 없는 듯했다"고 밝혔다.

올해 김장 때는 양념도 농협에서 살 수 있다고 시어머니에게 말할 계획이다.

농협에서 고춧가루, 마늘 등 기본 재료로 만든 양념을 산 뒤 젓갈 등만 추가해 김칫소를 만들 수 있는 만큼 내년 김장 때 일손을 더 줄이기 위해서다.

박씨처럼 절임배추를 사는 주부가 늘어나 판매량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17일 경북 서안동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김장철 인터넷 주문, 대리점 등으로 판 절임배추는 138만2천여㎏(10㎏ 박스 13만8천200여개)으로 2014년의 128만2천여㎏(10㎏ 박스 12만8천여개)보다 10만㎏가량 늘었다.

지난해 절임배추 10㎏ 가격이 1만8천900원인 것을 고려하면 판매금액만 21억여원에 이른다.

김장철이 아닌 시기에는 대부분 절임배추가 아니라 소량 단위 '포장김치'를 구입한다.

때문에 김장철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이다.

이 농협이 10여년 전 처음 절임배추를 내놓은 뒤 판매량은 일부 편차가 있을 때도 있으나 해마다 10% 이상 늘어났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10∼20%가량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절임배추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배추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파란 잎이 적고 노란 속잎이 단단하며 고소함과 단맛이 특징인 충북 괴산 배추를 재료로 농가에서 생산하는 절임배추도 인기가 높다.

준고랭지인 괴산 농가 680여곳은 1996년부터 천일염과 암반수를 이용해 절임배추를 생산해 전국에 팔았다.

지난달 25일 절임배추 판매에 들어간 시골절임배추 영농조합법인은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98만여상자를 팔 것으로 보고 있다.

절임배추뿐 아니라 김칫소를 만드는 맞춤형 양념도 '편리'를 추구하는 젊은 주부에게 인기다.

서안동농협이 지난해 김장철에 판매한 양념은 27t(㎏ 당 9천500원)으로 2억5천여만원에 이른다.

이 농협은 시간이 부족한 도시 주부가 젓갈 등 일부 재료만 추가하면 김칫소를 만들 수 있는 양념을 쉽게 살 수 있는 것을 알면 판매량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재성(39) 서안동농협 총무관리과장은 "절임배추가 직접 배추를 사들여 절일 때보다 다소 비싸나 아파트 거실에서 배추를 다듬고 절이는 것을 많은 주부가 '중노동'으로 인식한다"며 "원하는 날짜에 집으로 배달하고 편리하기도 해서 절임배추와 양념 수요는 해마다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동·괴산연합뉴스) 이강일 전창해 기자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