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별 감산쿼터 등 논의 예정…회의 앞둔 회원국들은 이견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달 말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 회의에서 OPEC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에 합의하느냐가 국제유가의 향후 흐름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17일 석유업계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OPEC 회원국들은 이달 30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9월 말 합의한 원유 감산의 구체적 이행 방안과 목표 등을 결정한다.

9월 말 OPEC 회원국들은 당시 하루 3천324만 배럴인 원유 생산량을 3천250만 배럴로 약 75만 배럴가량 줄이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이는 원론적 합의일 뿐 실제 이를 이행하기 위한 회원국별 감축 할당량이나 목표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이달 말 총회를 앞두고 합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징후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일례로 OPEC의 11월 석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OPEC의 10월 원유 생산은 9월보다 하루 23만7천 배럴 증가한 3천364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라크,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이 생산량을 크게 늘린 결과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한술 더 떠 OPEC의 10월 원유 생산이 3천383만 배럴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OPEC이 원유 감산이란 방향에 합의해 놓고 실제로는 생산량을 늘린 셈이다.

감산에 동조할 수 없다며 이탈 움직임을 보이는 회원국도 있다.

이란은 OPEC의 감산 합의에서 자국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OPEC의 맹주이자 이번 감산 합의를 끌어낸 사우디아라비아와 숙적 관계에 있는 이란이 감산 대열에서 이탈하겠다고 한 것이다.

또 이라크와 베네수엘라는 감산 합의에 쓰일 OPEC의 공식 생산량이 실제 자국의 생산량보다 적게 평가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의 칼리드 알 팔리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알제리 석유장관과 만나 "석유시장이 불안정한 현재 상황에서 OPEC 회원국이 9월 알제리에서 역사적으로 이룬 감산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9월 OPEC의 감산 합의 이후 5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다시 40달러 초·중반대로 하락했다.

실제 합의 이행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면서 감산 합의에 따른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것이다.

합의 전인 9월 27일 각각 배럴당 45.97달러, 44.67달러였던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5일 46.95달러, 45.81달러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전날인 14일, 44.43달러, 43.32달러에서 2달러 이상 큰 폭으로 회복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일 낸 보고서에서 "OPEC이 최종 감산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대 초반을 형성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OPEC 회원국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삐걱대는 가운데 이처럼 국제유가가 하락한 점은 유가 지지를 위해 회원국들이 다시 뭉치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감산 합의가 무산될 경우 사우디로선 유가 하락을 막지 못할뿐더러 리더십에도 큰 타격을 입는다"며 "느슨한 형태의 합의를 이루는 선에서 접점을 찾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회원국별 감산 쿼터를 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총 감산 목표를 제시하고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이 일부 감산하는 수준으로 모양새를 갖추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