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협동조합 글로벌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협동조합 글로벌화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중소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 등이 논의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작년 5월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협동조합 글로벌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협동조합 글로벌화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중소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 등이 논의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지난 5월 중소기업청은 ‘제1차 중소기업 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개정됨에 따른 것이다. 1961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제정한 이래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5년 만에 나온 계획

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을 통해 중소기업청은 협동조합이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하도록 요청했다.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요한 연구개발(R&D)과 마케팅, 판로개척 등을 협동조합을 통해 체계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전까지 정부 정책은 협동조합의 중소기업 지원역량 강화보다는 조합 설립과 운영, 조세 지원 등의 단편적인 지원이 대부분이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협동조합의 기반도 부족했다. 출자금이 4억6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자본구조가 취약하고 상근 임직원 수는 평균 3.7명으로 4명에 못 미쳤다.

이번 계획에는 협동조합의 체질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촉진과 내수 시장 판로 개척을 돕기 위한 6대 핵심 전략이 포함됐다.

6대 핵심 전략은 △중소기업의 수출 및 글로벌 진출 촉진을 위한 역량 확대 △조합을 통한 중소기업의 내수 시장 판매 촉진 △조합 중심의 중소기업 공동 R&D 활성화 △공동사업 활성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재정기반 확대 및 신설조합 보육 강화 △도덕적 해이 방지 및 성과 평가를 통한 건전성 제고 등이다.

◆조합 위주로 해외 진출

6대 핵심 전략에 따라 중소기업협동조합은 해외 시장을 노리는 수출유망업종 협동조합을 무역촉진단 파견사업에 우선 참여시키기로 했다. 무역촉진단 파견사업은 해외 틈새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전시회 파견 등을 지원하는 중기청 사업이다.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업종별 트렌드 및 해외 시장 조사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단체표준 인증제품에 대한 제한경쟁 입찰제도를 활성화하고 공공구매제도를 개선해 공공조달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조합 공동 생산제품에 대해서는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을 통해 제품 홍보를 돕는다.

R&D 또한 조합이 중심이 되도록 손을 본다. 조합이 직접 기술수요를 발굴하고 업종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R&D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도록 했다. 개발된 기술은 조합원 전체가 공유하면서 함께 사용한다. 원부자재 구매 절차를 지원할 수 있는 협동조합 공동구매지원센터도 설립할 예정이다.

지원 분야가 늘어난 만큼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평가체계도 구축됐다. 조합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이사장 연임 제한, 사외이사제 도입 등을 통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55년 만에 처음으로 지원 관련 정규 예산도 배정받았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정부 예산안에 협동조합 활성화 보조금을 편성했다. 협동조합 관련 정부 지원금은 중기청이 2011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총 114억원을 지원한 게 유일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증가율을 기존 연 5.3%에서 6%로 높이고, 우수 중기협동조합 수를 60개(2015년)에서 90개(2018년)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합이 지역 경제도 살려

유엔은 2012년을 ‘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2020 협동조합 청사진’을 제시하며 협동조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각국 정부의 지원 강화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네트워크 경제’에 알맞은 모델로 평가된다. 네트워크 경제란 이용자가 늘어날 때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이득은 늘어나는 경제 상황을 말한다. 협동조합이 늘어날수록 조합과 조합의 연결은 확대되고 공동 구매, 공동 판매, 공동 기술개발, 단체 표준 등의 성과를 더 많은 조합과 회원이 나눌 수 있다. 이익도 따라서 늘어난다.

중소기업계는 이렇게 발생한 이익을 지역과 공유하며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후 2018년도에 발표될 차세대 3개년 계획에는 조합과 지방자치단체의 연계를 위한 정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테면 2012년 일본 정부는 전국에 실행위원회를 설치하고 ‘협동조합이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에 공헌할 것’을 주문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지역을 업무구역으로 하는 지방조합이 전체 조합 중 30%에 이른다”며 “조합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면 지역에 특화된 신경제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