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변호인 "건강 악화해 보고도 1시간 이상 못 받아…출석 의문"
변호인들 "기록 검토 다 못해"…혐의 인정 여부는 추후 밝히기로


경영 비리 의혹으로 줄줄이 기소된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형사 재판이 15일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유남근 부장판사)는 이날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정식 심리에 앞서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이라 신 총괄회장 등 피고인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준비기일엔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나올 의무는 없다.

신 회장의 경우 재판이 시작된 시각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 의혹에 관해 집중적인 조사를 받았다.

재판장은 "준비기일이라 당사자들의 의사에 따라 불출석할 수 있는데 공판기일에 들어가면 피고인들의 출석이 문제 될 것 같다"면서 "서미경 피고인이 출석하는지, 또 신격호 피고인이 증거조사기일에 계속 법정에 앉아있을 수 있는지 의견을 밝혀달라"고 변호인 측에 요구했다.

신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57) 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출석에 불응해 당사자 조사 없이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신 총괄회장도 고령에 거동이 불편해 수사 당시에도 검찰의 방문 조사를 받았다.

신 총괄회장의 조세포탈 사건을 맡은 변호인은 "피고인이 2013년 말 고관절 수술을 한 뒤 건강이 악화해 그동안 그룹 내부 보고도 1시간 이상 받지 못했다"며 "과연 출석할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본인의 의지 등은 온전하지만 실제 사실에 대한 기억이 많이 손상됐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들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에 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공동 변호인은 "엊그제 기록 열람 등사가 끝나 기록 검토를 전혀 못 해봤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의 변호인도 "지난주에 복사를 마쳐 현재 기록 검토 중"이라며 "자세한 의견을 밝히려면 5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수 일가 재판인 데다 피고인 많은 만큼 롯데 측에선 20여명의 변호사가 나왔다.

검찰에서도 5명의 검사가 출석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2차 준비기일을 다음 달 22일로 잡았다.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 서씨 등 총수 일가에게 500억원대 '공짜급여'를 지급하게 하고,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원의 영업이익을 몰아주거나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타 계열사를 동원하는 식의 방법으로 47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신 총괄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 혐의, 신 전 부회장은 '공짜급여'를 받은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