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기업가 정신이 강해졌지만 여성이 기업가로 느끼는 경제적 제약과 경력단절의 벽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건강전문기업 암웨이는 세계 기업가정신 주간을 맞아 '2016 글로벌 기업가정신 보고서(AGER)'를 15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정신 지수(AESI)는 지난해보다 4점 높아진 48점으로 조사 대상 45개국 가운데 23위였다.

세계 평균 (50점)에는 못 미치지만 순위는 지난해(28위)보다 다섯 계단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2위를 기록한 중국이 올해 4위로 내려앉았고, 일본이 2년 연속 최하위(45위)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한·중·일 3국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취업난·조기 퇴직·실업에 대한 대안으로 사업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가 정신 교육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성별로 보면 한국 남성의 기업가 정신 지수는 50점으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20위였지만 한국 여성의 기업가 정신 지수(42점)는 25위였다.

아시아 여성의 기업가 정신 지수(평균 61점)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 여성들은 사업에 대한 열망을 나타내는 '도전 의향' 수치가 57%(15위)로 세계 여성 평균(52%)보다 높았지만 '실현 가능성'과 '의지력'은 각각 31%(32위), 38%(36위)로 세계 평균을 밑돌았다.

사회생활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고 장기불황으로 추가 수입 창출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사업에 도전하려는 이들이 늘었지만 사업 여건이 좋지 않고 창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극복할 자신감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주헌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직 한국 여성은 가정 내 지위가 낮아 사업을 고려할 때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받기 힘들다"며 "기업가가 되고 싶은 열망에 비해 자신감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이번 보고서와 별도로 한국암웨이와 리서치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국내 여성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7.4%는 사업을 고려할 때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자본 문제를 꼽았다.

'여성이 결혼·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면 재취업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응답자의 91.4%에 달했다.

박세준 한국암웨이 대표는 "여성이 기업가정신을 함양하려면 더 많은 환경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한국암웨이도 기업가정신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웨이의 AGER 조사는 독일 시장조사 전문업체 GfK가 올해 5∼6월 45개국 만18세∼99세 남녀 5만861명(한국인 1천500명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