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플레이션' 물가인상이 금리인상 뒷받침
옐런, 임기 채울 가능성 높지만 앞길 험난할듯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기 전에는 만약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이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막상 트럼프가 당선되고 나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히려 금리를 올리기 쉬워진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LA타임스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을 보면 금리인상 가능성에 힘을 싣는 가장 큰 요인은 트럼프 당선 후 강해진 물가상승 전망, 즉 '트럼플레이션'이다.

트럼프가 경제 성장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으로 적극적으로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고, 그에 따라 10년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트럼프 당선 직후인 지난 10일 약 10개월만에 처음으로 2%를 상향 돌파했다.

금융시장에서는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2.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물가 상승 전망이 강해지면 연준 입장에서 금리 인상의 근거는 더 명확해진다.

연준은 지난 2일 발표한 통화정책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성명에서 최근 나타났던 물가상승 움직임들을 특히 강조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는 고용 극대화와 2%의 물가상승률 달성이다.

인프라 투자가 트럼프 취임 초기의 주요 경제정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연준으로 대표되는 통화정책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연준이 자신들의 논리대로 통화정책을 당분간 계속 시행할 수 있다는 예상을 뒷받침한다.

트럼프의 정권인수위원단에서 경제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데이비드 멀패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성장에 초점을 맞춰 세금과 무역, 규제, 에너지 등 정책을 개혁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운동 기간에 트럼프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에 대해 '거품 경제를 만들고 있다'거나 '공화당원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으로 언급했지만, 현재는 옐런 의장이 2018년 2월까지인 임기는 일단 채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공화당에서는 연준을 아예 없애버리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레이건 전 대통령은 '볼커 룰'의 주역인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을 유임시켰다.

투자은행에서 자기자본으로 파생상품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일을 규제하는 '볼커 룰'은 현재 미국 금융업계에서 시행되는 대표적인 규제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무장관 후보로까지 언급됐던 유명 투자자 칼 아이컨은 전날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옐런 의장이 금리에 대해 그다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며, 따라서 옐런 의장을 비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트럼프는 현재 공석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 2명을 포함해 임기가 만료되는 FRB 이사들을 '자기 사람'으로 조금씩 교체하는 방법으로 미국의 '경제 권력'까지도 완전히 틀어쥐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취임한 지 1년 6개월동안 임기가 끝나는 옐런 의장,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을 비롯해 모두 5명의 FRB 이사를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오는 17일 열리는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정부와 어떻게 일할지에 대한 구상과 더불어 12월 금리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언론들은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 만큼 옐런 의장에 대한 공격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결국 옐런 의장도 의회에서 요구하는 연준에 대한 감독 강화조치를 어느 정도는 수용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미국 국채선물 가격 동향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12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지난달 고용동향 발표 직후 71.5%였지만 이날 85.8%로 더 높아졌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