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채권단 "노조 동의 없으면 법정관리"…손실분담 강조
"현대상선은 최대한 지원"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법정관리 기로에 놓인 대우조선 노동조합의 구조조정 동참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달 18일 전까지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 구조조정을 수용하겠다는 노조의 약속을 받지 못하면 대우조선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신규 자본확충·감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산은 이사회를 나흘 앞둔 상황에서 노조가 반대 의견을 꺾지 않자 임종룡 금융위원장(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이 나서 "현실을 직시하라"며 노조의 구조조정 동참을 요구했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 위원장 주재로 기업구조조정 현안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 회장 등이 참석했다.

임 위원장은 시종일관 "기업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인 '이해관계자 간 손실분담'에 따라 대우조선 노사가 먼저 철저한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가 자구노력을 해야 정부 지원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은이 주식을 일부 소각해 손실을 부담하고, 기타 일반 주주도 차등감자를 통해 상당 수준 손실을 감수할 것이라며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대우조선 사측도 플로팅 독을 2기 매각하는 등 다운사이징(매출 규모 축소)을 하고 서울 사옥 매각 등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 구성원인 노조도 구조조정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노사 확약서를 제출해 손실분담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그동안의 정상화 노력에도 대우조선은 수주 급감에 따른 영업 손실 누적 등 경영·영업 여건 개선이 지연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채권단도 대우조선의 노사 확약서가 없다면 회사 생존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 노조가 쟁의 행위(파업)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노사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정상화가 불가능하며, 원칙에 따라 법정관리에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이달 18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조선에 대한 2조8천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의결한다.

이사회 1∼2일 전까지는 노조 확약서를 받아내야 한다는 게 채권단과 사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 입장은 강경하다.

이미 1천20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상황에서 추가 인력 감축을 전제로 하는 동의서에 합의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국내 유일의 원양선사가 된 현대상선에 대해선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한국선박회사가 올해 안에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내년 초에는 실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선박회사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중고 선박을 해운사에서 매입한 뒤 다시 싼 값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돕는다.

현대상선이 소유권을 가진 배 23척을 한국선박회사가 매입해 다시 빌려줌으로써 현대상선에 우회적으로 1조원의 자본을 공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2M 가입과 한진해운의 우량자산 인수에 어려움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