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60·구속)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부회장은 장시간 검찰 조사를 받고 14일 오전 귀가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전날 오후 이 부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날 오전 2시께까지 12시간여 동안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면담 내용을 규명하고, 재단 출연금을 낸 경위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 면담 후 삼성전자와 계열사를 통해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의 출연금을 낸 바 있다.

이번 검찰 조사의 핵심은 대가성 여부다. 삼성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출연금을 냈다면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죄 또는 제3자 뇌물공여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검찰은 삼성의 지원이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단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양사의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었고,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실상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공단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국 국민연금이 최종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국민연금에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2014년 11월 성사된 삼성과 한화의 2조원대 방위산업 분야 빅딜 승인 건도 마찬가지다. 당시 빅딜에 노조의 반발이 컸지만 공정거래정위원회는 빅딜을 승인했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자금을 확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삼성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35억원을 지원한 부분에 대해서
최순실 블랙홀에 빠진 삼성, 출연금 '대가성' 여부 관건
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재단 설립금 출연 방식이 아니라 최씨 모녀에게 직접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한 부분은 별도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의 소환으로 삼성 내부에선 불안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의 대가성이 입증될 경우 그룹 총수가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대통령과 기업 총수간 면담 성격을 감안하면 그 자리에서 원론적인 얘기만 오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될 수 없는 만큼 검찰이 대가성을 입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는 점은 검찰이 이번 소환을 대통령 조사를 위한 예비 단계로 여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포함한 그룹 총수들의 소환은 대통령을 조사하기 위한 사전조치로 보고 있다"며 "곧 대통령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총수들의 추가 조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최소화하면서 의혹 규명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