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24시간 모니터링…대미통상협의회서 대응전략 마련"
"환율 급등, 예상했던 일…급변동시 미세조정 대응"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자 경제 당국이 적극적인 대응방향 모색에 나섰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국제금융발전심의회 민간위원들과 함께한 오찬간담회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시장 향방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유 부총리와 참가자들은 미국 대선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과 대응방향, 미국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평가 및 대응방향을 주제로 논의했다.

유 부총리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증시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12월 기준 미 연준(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신흥국 무역·안보관계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과 12월 금리 인상이 맞물려 불안 심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對)중국 강경무역책 실시 등 트럼프의 공약이 실제 구현될지가 글로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유 부총리는 "현재 우리 경제는 과거 위기시와 달리 안정적 외채 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순대외자산은 최대 수준이며 경상수지도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등 여타 취약 신흥국과는 분명히 차별화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미 대선 결과 발표 이후 금융·외환당국은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완화될 때까지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상 분야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 예상되는 압력 강화에 대비해 민관 합동으로 '대미통상 협의회'를 운영해 업종별 영향을 분석하고 통상정책 당국자 간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등 대응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 부총리는 "미국의 새 정부가 강조하는 인프라·에너지·기업환경 개선 등 분야에서 한미 경제협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 요인을 발굴하고, 우리 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와 신용평가사, 외신 등에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등 투자심리 안정 노력도 강화하겠다"면서 "국내외 투자자와 기업들도 정부의 확고한 리스크 관리 의지를 믿고 발 빠르게 대처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유 부총리는 이날 회의 후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 현상에 대해 "지금 같은 시장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으로 다른 신흥국도 비슷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개월여 만에 장중 1,170원대로 상승하는 등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4거래일 연속 오르고 있다.

유 부총리는 향후 환율 대응에 대해 "환율은 시장이 결정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변하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대응도 할 것"이라며 "이런 원칙대로 대응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세종연합뉴스) 김동호 박의래 기자 dk@yna.co.kr,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