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행장 연임 가능성 커져…지주사 전환도 추진할 듯
예보 경영 관여 안 해…공적자금 관리 역할만 수행


정부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06% 중 29.7%를 나눠 가질 새 주인을 찾게 되면서 우리은행이 진정한 민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은행의 매각을 담당하는 공적자금위원회는 본입찰에 참여했던 8개 투자자 중 7개 투자자를 우리은행 매각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매각하려던 우리은행 지분 30% 중 29.7%를 나눠 갖게 됐다.

정부는 내달 지분 매각이 마무리되면 정부가 보유한 지분보다 이들 과점주주가 보유한 지분이 더 커 사실상 민영화를 이뤘다고 보고 있다.

◇ 예보가 여전히 최대주주…"진정한 민영화, 정부 의지가 중요"

이번 매각이 성공하더라도 진정한 민영화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현재 우리은행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매각 후에도 우리은행 지분 21.36%가 남아 여전히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까지처럼 계속해서 우리은행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예보는 공적자금 관리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역할만을 할 것"이라며 "우리은행의 경영은 정부나 예보의 관여 없이 새로운 주주가 된 과점주주 중심으로 민간 주도의 자율적이고, 상업적이며, 투명한 경영을 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로만 그치지 않고 정부는 2001년부터 우리은행과 예보가 맺어온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해지하기로 했다.

또 이번에 주주가 되는 과점주주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고 예보에서 파견된 비상임이사 1명을 임원추천위원회에 불참시키기로 해 주주들이 원하는 은행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로 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일단은 새로운 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지분매각이 완전히 끝나면 12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고 새로운 주주들이 정말 원하는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내년 1~2월께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를 열고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과점주주가 될 7곳의 투자자 중 동양생명과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PE(프라이빗 에쿼티)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기로 했다.

정부는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행추위를 구성해 차기 행장을 뽑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남은 우리은행 지분을 빨리 매각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임 위원장도 이날 "예보 보유 잔여지분은 공적자금 회수 측면을 고려해 공자위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우리은행의 완전한 민영화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남은 지분의 매각 계획을 빨리 발표해 정부 영향력 행사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빌미로 남은 지분매각을 끌지 말고, 정부가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계속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이광구 행장 연임 가능성 커져…은행 경쟁 치열해질 듯

이번 민영화로 내년 3월로 예상되는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에서는 이광구 현 우리은행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행장은 2014년 말 신임 행장에 취임하면서 '2년 안에 민영화를 하겠다'며 3년이던 임기를 2년으로 줄였다.

이 행장의 계획대로 우리은행 지분매각에 성공했고, 민영화 후에도 은행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면 이 행장의 연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새로운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차기 행장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누가 새로운 사외이사로 올지가 중요하다는 관측이다.

우리은행의 금융지주사로의 전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였던 우리금융은 일괄 매각에 번번이 실패하자 민영화를 위해 경남·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등 자회사를 매각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등만 자회사로 있다.

그러나 은행업 하나만으론 수익성에 한계가 있어 다시 금융지주사 체제로 몸집을 키울 전망이다.

이 행장도 평소 "민영화에 성공하면 증권,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자회사를 꾸려 지주사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다만 이번에 과점주주로 참여한 투자자 중 보험사와 증권사들은 우리은행과의 경영 협업을 노리고 투자에 참여했기 때문에 지주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들 투자자의 의견이 중요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이 민영화돼 정부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진다면 다른 은행들과의 경쟁 구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경영에서 정부 입김이 반영되다 보니 그동안 각종 경영 정책을 짤 때도 정부의 금융 정책에 선봉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수익성 강화에 은행 경영의 초점을 맞추게 되면 은행 간 고객 쟁탈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