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정용진·유경 '남매경영' 안착하며 세대교체론 '솔솔'

지난해 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정용진·유경 남매의 '40대 남매경영 체제'를 본격화한 신세계그룹이 올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세대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3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올해 48세인 정용진 부회장과 44세인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을 맡아 그룹을 끌고 가는 체제가 안착하면서 60세 이상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의 2선 후퇴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15명의 신세계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중 만 60세 이상인 CEO는 이석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 윤기열 신세계건설 건설부문 대표, 박건현 신세계건설 레저부문 대표,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대표, 최홍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 등 5명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용진·유경 남매의 3세 경영체제가 안착하는 단계인 만큼 그룹이 이들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일정 부분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정서가 있다"며 "연말 임원 인사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비록 경영 일선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그룹의 총수인 이명희 회장이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연말 인사에서 '60대 CEO 물갈이론'이 실현되려면 이 회장이 어떤 의중을 갖고 있느냐가 절대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신세계 측은 전했다.

다만 이 회장은 정용진·유경 남매가 올해부터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을 나눠맡아 그룹의 경영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만큼 올 연말 인사에서 이들의 경영 행보에 부담될 만한 요인들은 일정 부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 년 전 이 회장의 친오빠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연말 인사를 앞두고 "21세기 새로운 문화에 적응을 빨리하려면 나이 많은 노인은 리더로 안 맞는다"며 세대교체론을 적극 설파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일선에서 활동할 당시 정국 현안과 인사 철학 등에 대해 직설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이건희 회장과 달리 재계의 대표적 '은둔형 경영자'로 알려진 이명희 회장은 자신의 의중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적이 없어 이번 인사에 어떻게 발현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 내부에서는 조직의 안정을 위해 60세 이상의 전문경영인들을 한꺼번에 퇴진시키기보다는 맡고 있는 계열사의 실적에 따라 선별적으로 물갈이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2세에서 3세로 원활하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려면 젊은 3세들이 책임을 지고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이뤄지는 것이 맞다"며 "이 회장이 어떤 결단을 할지에 따라 세대교체의 폭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