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용품 매출 36%↑…20만~30만 원대도 '불티'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함께 생활하는 이른바 '펫팸(펫+패밀리)'족이 크게 늘면서 반려동물 관련 용품 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장기 불황 속에서도 소비자들이 자신이 기르는 개·고양이 등을 위한 겨울 패딩, 한약 넣은 보양식, 영양제, 자동 화장실, 카메라 내장 자동 급식기 등을 사는 데는 기꺼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5년도 동물보호 국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5분의 1이 넘는 21.8%(457만 가구·약 1천만 명)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통계에서 올해 2분기 반려동물 업종의 카드 결제액은 1천339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다.

이런 펨팻족과 반려동물 용품 시장의 빠른 성장은 개별 유통업체의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온라인쇼핑사이트 가운데 순 방문자 수(UV)가 가장 많은 11번가(www.11st.co.kr)에서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반려동물 용품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36% 뛰었다.

세부 상품군별로는 반려동물 의류와 사료, 간식, 집(이동 커리어 포함) 등이 각각 26%, 30%, 26%, 23% 늘었다.

반려동물 종류별 증가율을 보면, 고양이 용품(79%)이 강아지(45%)를 크게 웃돌았다.

고양이가 강아지보다 상대적으로 혼자 잘 지내기 때문에, 자주 집을 비워야 하는 1인 가구가 최근 고양이를 많이 기른다는 게 11번가의 설명이다.

고슴도치·페릿·파충류·곤충 등 기타 반려동물 용품 매출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챙기고 단장하려는 소비자 욕구에 맞춰 용품의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고급화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온라인 쇼핑사이트에는 올해 신제품 애견 패딩이 선보였다.

보통 가격은 2만~4만 원대지만, 거위 털을 사용한 애견 구스다운 패딩을 포함해 10만 원이 넘는 제품도 적지 않다.

반려동물의 눈을 자외선과 이물질로부터 보호하는 일명 1만~2만 원대 '도글라스(독+선글라스)', 3만~4만 원대 캡슐 우주선 모양의 백팩(배낭)형 반려동물 '이동 가방' 등도 인기다.

반려동물 장난감도 진화해 최근에는 '강아지 코 담요(노즈 워크 스너플 매트)'가 애견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여러 모양의 천 주머니나 조각을 붙인 담요로, 간식 등을 주머니·조각 사이에 숨겨두면 개가 냄새를 맡고 찾아낼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자극하는 다양한 움직이는 장난감, 고양이가 쉬거나 놀기 좋은 구조물 '캣 타워'도 애묘인들의 필수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캣 타워의 경우 10만~20만 원대의 고가 제품까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많다.

반려동물의 숙면과 영양을 고려한 제품도 많다.

부드러운 벨보아 원단을 사용하고 눕는 각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애견 침대, 양고기를 주원료로 유기농 보리·호박 등을 넣은 사료, 연어 통살 등 오메가3가 풍부한 천연재료로 만든 명품 수제간식 등 사람도 접하기 어려운 고급 제품과 음식이 온라인 쇼핑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순수 한약재를 사용한 반려동물 전용 보양음료 애니수(6개·2만3천40원), 애완동물용 과일·채소 주스(2천840원), 애견 활력 홍삼액(250개·22만8천750원), 비타민·미네랄을 넣은 너깃 형태 애견 종합영양제(2만5천740원) 등 반려동물용 건강기능식품 매출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최근 출시된 반려동물 용품도 수 십만 원대의 가격에도 불구, 찾는 애견·애묘인들이 많다.

자동 청소 기능을 갖춘 스쿱프리 고양이 자동화장실(24만8천780원), CCTV(폐쇄회로TV)를 갖춰 사람이 집을 비워도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의 상황을 확인하고 사료도 줄 수 있는 카메라 내장 자동급식기(31만9천원), IoT 기술로 반려견의 운동량과 칼로리(열량) 소모를 점검할 수 있는 목걸이형 'SK텔레콤 펫핏'(6만9천 원) 등이 모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손소영 SK플래닛(11번가 운영사) 매니저는 "고령, 1인 등 '외로운 가구'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 매출도 계속 늘고 있다"며 "'동물 가족'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대거 출시되고 있어 펫코노미(펫+이코노미·반려동물 산업)의 고속 성장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