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문화 마케팅이 전시회·음악회 주최나 후원 같은 일회성 이벤트 위주에서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소비자 참여형’으로 바뀌고 있다. 문화 마케팅은 기업이 미술 음악 등 문화를 매개로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다양한 활동이다. 소비자가 작가의 예술작품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기업 호감도가 상승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기업 문화마케팅 '소비자 참여형'으로 진화
◆관객과 함께하는 전시회

현대자동차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지난달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소비자 참여형 문화행사인 ‘MMCA-현대차뮤지엄 페스티벌’을 열었다. 행사의 절반 이상을 미술관 관람객이 직접 맛보고, 느끼고,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참여형 전시로 설치미술가 윤가림 씨가 미술관에서 직접 빵을 굽고 관객과 나눠 먹는 퍼포먼스를 했다. 윤 작가는 “미술 구상(具象)의 기본 도형인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 모양의 빵을 통해 관객이 자연스럽게 미술과 친숙해지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전시작가 유목연 씨는 미술관 외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전단을 나눠주고 선물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했다. 공예 작가 박승원 씨는 공방을 꾸려 놓고 관람객을 초대해 전자소재를 활용한 아트토이를 직접 제작해 보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패션 사진가 구영준 씨는 미술관에서 만난 관객과 대화하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행사는 예술작품을 보기만 했던 관객에게 작품과 전시에 직접 참여해 교감하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체험”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에게 단편영화 소개

삼성전자는 냉장고, 직화오븐 등 제품을 체험형 문화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뉴욕 마케팅센터에서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360°Meals(식사)’라는 요리 체험 행사를 열었다. 스타 요리사인 다니엘 블뤼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주방을 가상현실(VR) 헤드셋인 기어 VR로 가상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블뤼가 삼성전자의 고급 가전 브랜드인 셰프컬렉션 제품을 활용해 요리한 음식을 소비자가 시식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6~7월 전국 11개 홈플러스 문화센터에서 직화오븐을 활용한 요리 강좌를 열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3일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를 개막했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이 행사는 국내 최대 규모 국제경쟁단편영화제다. 다양한 단편영화를 한자리에서 볼 기회로 꼽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인들에게서 “애써 영화를 제작해도 상영 공간이 없어 대중에게 선보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하소연을 들은 게 계기가 됐다.

올해 영화제에는 121개국에서 5327편의 작품이 출품돼 31개국 46편(국제경쟁부문)과 11편(국내경쟁부문)의 작품이 본선에 올랐다. 금호아시아나는 이 영화제가 대중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금호아시아나는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서울 광화문 본사 사옥 1층 로비에서 ‘아름다운 로비 음악회’를 연다. 임직원이 직접 재능기부 형태로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기업 문화예술 지원 증가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메세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금액은 1805억원으로 2014년보다 1.9% 늘어났다. 2012년 1602억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분야별로는 인프라 지원이 95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클래식(201억원), 미술·전시(164억원), 문화예술교육(110억원) 등의 순이었다. 인프라와 클래식 음악은 지난해보다 각각 3.1%, 1.7% 줄었지만 미술·전시는 29.9% 급증했다.

강현우/정지은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