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시대] "인프라에 1조달러 투자…건설 원자재값 오를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정책과 환경규제 철폐로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정책은 건설 원자재 수요 증가로, 배출가스 저감 정책을 폐기하면 석탄·천연가스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 “트럼프 정부가 인프라에 대규모로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면 임기 4년간 철강·니켈·주석 등 건설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집권당인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트럼프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보고서는 “(트럼프는) 당선 연설에서 인프라 지출에 초점을 맞춰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정확한 수요 예측은 어렵지만 철강·니켈·주석·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켈 가격은 11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전날보다 3.18% 오른 t당 1만1845달러를 나타냈다. 트럼프가 당선되기 직전인 지난 8일 기준으로 5.5% 상승했다. 아연 가격도 전날보다 1.21% 상승한 t당 2554달러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당선자 공약에 따라 천연자원 탐사 규제와 채굴 시 부과되는 규제가 철폐되면 석유·천연가스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값싼 원료인 석탄·천연가스를 선호하는 전력·석유화학산업 등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유가를 올리기 위해 감산을 모색 중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도 미국 석유 생산량 증가로 다시 산유량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고서는 다만 트럼프 임기 동안 원자재 가격이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내기보다 점진적으로 오른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트럼프 정부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3분기 이후부터 인프라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둔화로 금속 수요 증가세가 내년 2분기부터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구리 가격은 크게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리를 원료로 하는 전선 등은 주택을 건설할 때 수요가 있지만 도로·공항·다리 등 대형 인프라 공사에 드는 양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