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위원 "우리는 정치문제 고려 않는 샌님들…대선 전처럼 움직일 것"
트럼프發 인플레이션 기대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2.12%까지 치솟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기준금리 향방에 대한 여러 관측이 흘러나왔지만, 정작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는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종전대로 12월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 위원은 자신을 '샌님'이라고 표현하며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못 박았고, 금리 선물시장에서도 여전히 12월 인상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내 기본적인 경제 전망을 바꿀 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며 "우리는 대선 전에 가던 방향 그대로 착착 나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차례 금리 인상을 촉구했었고, 내 생각에는 12월이 인상을 단행하기에 합리적인 시기"라고 강조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샌님(nerdy)에다가 괴짜(geeky)라서 외부 사람들이 보기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며 "17명의 정책 결정 위원들과 수백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정치에 대해서는 일절 논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윌리엄스 총재는 "우리가 비록 워싱턴 D.C 한가운데 있지만 우리는 방에 틀어박혀 앉아서 경제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어떻게 의회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지만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연준은 "우리의 정치 시스템으로는 통화 문제를 관리하기 어렵기에 이를 장기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단기적인 정치적 압력에서는 자유로운 기관에 위임한 것"이라며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특히 연준은 정치 세력이 단기적인 경제 성장을 끌어내기 위해 통화정책을 이용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겠다는 의도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다만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신임 대통령과 의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관망하는 태도를 내비쳤다.

시장에서도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0일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 올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80%를 보였다.

한편 채권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당선 이후 채권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0일 미국시장에서 40bp(1bp=0.01%포인트) 오른 2.12%까지 치솟았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를 넘긴 것은 올해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이 내려갔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채권 시장 움직임은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물가상승률이 종전보다 오를 것이라는 관측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통상 물가상승률이 가파르면 미래 수익률이 고정된 채권의 인기가 떨어지고 가격도 하락한다.

그간 트럼프는 각종 인프라 건설 사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의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여러 차례 밝혔다.

당선 연설에서도 "우리는 도심을 재정비하고 고속도로와 다리, 터널, 공항, 학교, 병원을 다시 지을 것"이라며 "우리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동원해 인프라를 재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 지출이 늘어나고 일자리도 많아지면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오를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시장에서 트럼프의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 기대가 커지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트럼플레이션'(Trumpflation)이라고 표현했다.

앤드루 윌슨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글로벌 채권 공동부문장은 "트럼프 정권에서는 재정을 확대해 성장을 이끌 가능성이 크고 시장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며 "이미 고용시장에서 인플레 압력이 있는데 트럼프의 당선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